[스페셜2]
[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③] 연표로 보는 고다르의 생애 - 1991년부터 2022년까지
2022-10-13
글 : 김소미

1991년

<신독일 영년>

TV 영화에서 <알파빌>(1965)의 냉전시대 스파이 ‘레미 꼬숑’(에디 콘스탄틴)을 부활시킨 고다르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세계에 노년을 향해 가는 자신의 초상을 새로이 투영한다. 헌신적인 마오쩌둥주의자, 소비사회의 냉소적 비판자였던 그는 1991년에 작업비를 벌기 위해 두편의 나이키(에어맥스 180) 광고도 찍었다.

1994년

<JLG/JLG 고다르의 자화상>

뉴욕현대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주로 고다르 자신의 집에서 촬영한 60분 분량의 영화 자화상. 영화를 보고, 쓰고,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세상의 영상 이미지들을 조각모음 형태로 사유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1995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도르노상 수상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이름을 딴 이 상은 3년마다 철학·음악·영화·연극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된다. 5만유로와 함께 상패를 안은 고다르는 짧은 수상 소감에서 앙드레 바쟁의 영향을 언급했다.

1998년

<영화의 역사(들)>, 명예세자르상 수상

영화의 죽음을 고민하던 장뤽 고다르가 10년에 걸쳐 영화로 쓴 영화사. 그해 제23회 프랑스 세자르영화제는 <영화의 역사(들)> 완성에 맞추어 명예세자르상 수상자로 고다르의 이름을 호명했다. 1987년에 이은 11년 만의 재수상.

2000년

주연작 <화해 이후>

<사랑의 찬가>를 편집하는 동안 고다르는 오랜 동료이자 연인인 안느마리 미비유 감독의 영화 <화해 이후>(Après la Réconciliation)에 출연했다. 고다르와의 관계, 자기 삶의 요소들을 각본의 소재로 삼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미비유의 영화에서 고다르는 로버트라는 이름의 남성 지식인으로 등장해 훌륭한 배우의 자질도 입증했다. 두 사람은 1973년 설립한 제작사 소니미지(sonimage: 사운드와 이미지)를 시작으로 비디오 실험을 행하는 긴밀한 협력자로 발전했다.

2001년

<사랑의 찬가>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쇼아>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던 고다르가 역사적 기억, 그리고 이미지의 착취에 관한 디지털 비디오 실험을 내놓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이들과 엮인 청년 영화감독의 이야기다. 같은 해, 고다르는 사라예보의 문학 포럼에 초대되어 젊은 영화학도들과 오랜 기간 세미나를 가지다가 이듬해인 2002년에 새 단편영화 <자유와 조국> 시사회를 위해 파리로 돌아온다.

2004년

<아워 뮤직>

지옥, 연옥, 천국으로 나뉘어진 <아워 뮤직>은 1990년대 초반부터 고다르가 밝혀온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맹렬한 관심과 정치적 집념을 담아내고 있다.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올해의영화상 수상.

2010년

<필름 소셜리즘>

고다르의 첫 HD 비디오 작업. 디지털 특유의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포착하면서 그 위로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의 풍부한 인용구를 덧입혔다. 많은 이들이 <필름 소셜리즘>이 장뤽 고다르의 마지막 영화가 될 거라 섣불리 점쳤다.

2011년

논란의 오스카 평생공로상

2010년 8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장뤽 고다르를 명예오스카상 수상자로 결정했으나 고다르가 외부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어 선정 소식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옹호해온 고다르의 관심이 자연히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과 함께, 반유대주의자에게 할리우드의 명예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일각에서 형성됐다. 고다르는 상패를 스위스에서 전달받았다.

2014년

<언어와의 작별>

고다르가 롤레의 집 근처에서 파브리스 아라그노 촬영감독과 함께 두대의 3D 카메라, 작은 휴대용 카메라, 녹음기만을 사용해 약 4년간 촬영한 결과물이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보드웰, 조너선 로젠봄 등 많은 평자들이 2014년 최고의 영화, 혹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3D영화로 <언어와의 작별>을 꼽았다.

2018년

<이미지 북>

장뤽 고다르의 마지막 영화. 2018년 칸영화제에서 그는 역대 가장 독특한 형태의 신작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연결한 화상통화로 기자들과 문답을 나눴다. 고다르는 “영화만큼은 페이스북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미지 북>은 특별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20년

인스타그램 마스터클래스

코로나19 팬데믹 중 장뤽 고다르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90분가량 시가를 씹으며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 영화학과장 리오넬 바이어와 코로나 시대의 이미지에 관해 토론했다. 누벨바그의 동료였던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2021년

신작 계획을 밝히다

고다르가 <퍼니 워즈> 그리고 <시나리오>라는 두 영화의 각본 작업 계획을 밝혔다. 35mm 필름 촬영이 될 거라 전한 파브리스 아라그노 촬영감독에 따르면 고다르는 이들 작품을 통해 “느리지만 다시 영화의 원점을 향해 돌아가길” 소망했다고 한다. 두 영화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2022년 09월13일

스위스 롤레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익명의 측근 말을 인용해 “그는 심각하게 아팠다기보다 그저 더이상 사는 것에 지쳤을 뿐이고, 그래서 삶을 끝내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고다르는 자신이 조력자살을 택한 사실이 숨김 없이 전달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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