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8호 [인터뷰]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싯다르트 메논 배우, "좋은 스토리텔러는 잘 들어야 한다."
2022-10-14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싯다르트 메논 배우 인터뷰

이별을 준비 중인 연인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딴 고양이 ‘미아옹자키’를 누가 데려갈지를 두고 의견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맥스의 가족, 민 가족의 사연이 더해지고 영화는 삶의 다양한 일면들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은 착한 영화다. 인물들은 상대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힘들 때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다. 2016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섹션에 초청되었던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를 통해 점점 험악해지는 세상에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10일 밤 8시, 주변이 어둑어둑해진 후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됐다. 자신의 불행에 몰두하거나 스스로를 미리 연민하지 않는 영화 속 인물들의 태도는 쌀쌀한 가을밤 부산의 날씨를 조금이나마 올려주는 듯했다.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싯다르트 메논 배우와 함께 팍팍한 세상에서 어깨를 부비고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감독님은 첫 장편 연출작 <백만 개의 컬러 이야기>(2016)로 뉴 커런츠 섹션에 초청된 후 두 번째 장편연출작을 들고 다시 부산을 찾았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마치 고향 같다. 첫 장편 때만큼이나 특별하고 좋았다. 굉장히 추운 날씨였는데도 야외극장에 2천명이 넘는 관객들이 와주셨을 뿐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고, 이 모든 순간들이 영화적이다.

= 싯다르트 메논 배우 | 배우로서 가보고 싶은 영화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부산이었다. 영화를 찍고 있을 때는 불안함이 가득하다. 부산에서 첫 상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었구나 싶어서 자랑스러웠다. 함께 오진 못한 스태프들에게도 꼭 부산에서의 추억을 전하고 싶다.

- ‘미아옹자키’라니. 제목부터 눈길이 간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당연하지만 모든 인터뷰에서 첫 번째 질문은 제목에 관한 거다.(웃음)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광팬이다. 그의 영화를 모두 다 보았고 내 아이들에게도 보여주었다. 미야자키의 영화에는 지혜가 있다. 사랑과 선, 삶의 교훈, 긍정의 힘 등 분열된 것들을 묶어주는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 스토리텔러로서 나는 미야자키를 사랑한다. 인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분단과 차별을 겪고 있는 지금, 이런 균열을 메우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창작자로서 나의 소명이다.

- 그 말처럼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는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헤어진 연인의 사연을 따라 가지만 그 안에 종교적 갈등, 여성 인권, 세대 문제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층층이 쌓인 케이크 같은 이야기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더 이상 정확할 수 없는 설명이다. 감사하다. 그렇게 케이크처럼 풍성한 층을 이룬 이야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위에서 내리 꽂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보는 이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질 수 있는 공감을 전하고 싶다. 2시간30분이 관객들에 치유 받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은 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가진 나의 야망이었다.

= 싯다르트 메논 배우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벅찬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 바람은 하나 였다. 제발 나를 뽑아주세요. (웃음) 내가 아는 한 감독님은 인도에서 제일 글을 잘 쓰는 분이 아닐까 싶다. 단 한 줄의 대사, 하나의 발음에도 어긋하는 게 없다. 이 영화 속 대사는 마치 노래가사처럼 감미롭다.

-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청년, 중년, 노년 세대의 사연이 풍성하게 펼쳐지면서도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사건과 갈등으로 이야기를 짜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시간이 부족하다. 극 중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아들은 아빠의 상태를 궁금해하고 서로 마음 속에 쌓인 불안과 걱정을 나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보수적인 인도사회에서 정신과나 심리 상담을 받는 건 주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건을 일부러 세팅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제시하면 그 다음부터는 인물들 사이에서 스스로 이야기가 집을 짓기 시작한다. 내가 한 건 그 소리를 가만히 듣는 거였다. 좋은 스토리텔러는 잘 들어야 한다.

= 싯다르트 메논 배우 | 맥스는 인도 남부의 시골에서 자랐고 봄베이라는 대도시에서 살고 있다. 여자친구는 무슬림이고, 고양이 돌봐주는 사람은 기독교인이다. 이게 바로 인도다. 인도는 수많은 다양성이 한 울타리 안에 묶여있다. 감독님만 해도 독특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팬은 많아도 미야자키 하야오 팬을 자처하며 영화에 반영하는 감독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랑스러운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맥스와 민은 이별을 했지만 끝까지 상대를 존중하고 아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한다 점이 제일 좋았다.

- 미야자키 하야오를 향한 헌사라고 했는데 내 경우엔 지브리 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곤도 요시후미 감독)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아름다운 질문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특정 작품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태도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연대를 고민하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향한 온기 같은 것. 그런 관점에 영향을 받았고, 이 영화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억되길 소망한다.

- 그 말처럼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지만 결국 다다르는 건 행복과 긍정, 위로의 순간이다. 한마디로 영화가 참 착하다.

=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 감독 | 이 영화는 맥스와 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과 연결된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진짜 주인공은 고양이이자 관찰자이며 모든 인물의 위안이 되어주는 ‘미아옹자키’일지도 모르겠다.(웃음)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이고 역사이며 이야기다. 각자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섞이고 다음으로 나아간다. 그 제일 밑바닥에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깔려 있다. 나는 우리가 소통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 영화가 끝나도 인물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맥스와 민은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 싯다르트 메논 배우 | 죽을 때 까지 곁에서 서로를 도와주는 관계로 남지 않았을까.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위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상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도 진심으로 축하하며 결혼식에 참석했을 거 같다. 우리는 인생에서 각각의 관계를 결정하고 정의 내리려는 강박이 있다. 엄마, 아빠, 친구, 연인. 이런 이름표를 붙이고 각자의 역할을 주다보면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 때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상대를 대할 때 역할로 묶어두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두 사람의 미래에 축복을 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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