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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지선씨네마인드’
2022-11-11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와 코미디언 장도연이 함께하는 SBS <지선씨네마인드>는 팟캐스트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과 JTBC <방구석 1열>의 매력을 합쳐놓은 것 같은 프로그램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에서 도준우 PD의 진행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시즌1에 이어 TV로 옮겨와 시즌2를 순항 중인 이 방송에서 우선 인상적인 것은 깔끔한 출연자 구성이다. 범죄와 영화, 즉 인간과 사회와 예술을 두루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흔히 그래왔듯 남성 출연자를 굳이 더해 머릿수를 늘린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딱 맞는 두 여성에게만 마이크를 건넨 뚝심 혹은 자신감이 눈에 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진지하게 범죄사건을 분석할 때와 달리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냉철한 가운데 위트를 잃지 않는 박지선 교수, 농담과 엉뚱한 말을 좋아하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장도연은 셜록과 왓슨 못지않은 콤비다. <위플래쉬>는 음악영화이면서 두 사람간의 심리적 지배와 종속에 관한 스릴러로 볼 수 있고, 앤드류(마일스 텔러) 주변 인물들에게서는 피해자를 탓함으로써 불안감을 덜어내려는 심리를 읽을 수 있으며, 만약 플레처 교수(J. K. 시몬스)의 수업이 투명하게 공개된 곳에서 이루어진다면 그처럼 가학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박지선 교수의 분석을 경청하던 장도연이 엄숙하면서도 경쾌하게 정리하는 식이다. “플레처가 망하는 길은 참관 수업만이 답입니다!” 잔혹한 범죄보다도 인간 심리에 초점을 맞춘 분석은 이 프로그램이 다양한 영화를 다룰 수 있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토대다. <밀양> 편에서는 사랑과 용서, 위로에 관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편에서는 분노와 우울이라는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영화에 한 걸음 더 들어가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심리학자는 우울할 때 어떻게 할까? 박지선 교수는 빵을 먹는다고 한다. 과연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처방이다.

CHECK POINT

유튜브 <지선씨네마인드> 시즌1에서 박지선 교수는 <추격자> 속 민폐 캐릭터로 불렸던 ‘슈퍼 아줌마’ 장면에 관해 “슈퍼 사장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거기서 중요한 건 지영민(하정우)이라는 걸 놓치고 있다. 오히려 사이코패스의 평범함을 부각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라며 고정관념을 깨는 해석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참고로 그는 <올드보이>에서처럼 15년 동안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부대찌개를 택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우울할 때는 빵을 먹어야 할 테니 재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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