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프랑스의 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선 독일군의 유대인 학살이 일상처럼 자행되고 있다. 그곳에 있던 한 유대인 질(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은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구한다. 갖고 있던 페르시아어 책을 내밀며, 본인이 유대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라 주장했던 것이다. 이는 마침 페르시아인을 찾던 코흐 대위(라르스 아이딩어)의 명령과 맞물려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코흐가 자신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줄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질은 살아남기 위해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 코흐를 속여야 한다. 수용소 도처엔 그런 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병사들이 깔려 있고, 코흐의 뛰어난 학습 능력은 질로 하여금 더 많은 거짓 단어를 암기하게 만든다. 질은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루하루 목숨을 유지하지만, 고통스러운 수용소의 삶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페르시아어 수업>은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작가 중 한명이자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한 각본가 볼프강 콜하세의 실화 기반 단편소설 <언어의 발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언어까지 발명한 주인공 질의 이야기는, 전쟁의 잔혹한 참상을 그 어떤 언어보다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 결말에 호명되는 수많은 이름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까지 잊지 않는다. <120 BPM>을 통해 이름을 알렸던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가 주인공 질을 연기하고, <퍼스널 쇼퍼> <작가 미상> 등으로 세계 주요 영화제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는 라르스 아이딩어가 독일 장교 코흐를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