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10·19 여순사건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자 인터뷰
2022-12-22
글 : 김수영
사진 : 오계옥

장편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 윤철중 인터뷰

“여순사건을 모르는 세대가 쉽게 알아갈 수 있도록”

사진제공 윤철중

전남에서 로케이션 매니저로 일하던 윤철중씨는 학창 시절을 보낸 순천에 다시 터를 잡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공공협동조합을 만들고 관공서의 홍보영상이나 기업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다. “협동조합을 운영한 지 두해쯤 지났을 때 우리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음알음 전해 들은 여순 유가족들이 떠올랐다. 유족회와 작은 인연들이 있어서 우리끼리 기록해보자 싶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나같이 여순사건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처럼 그때의 사건을 기록해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스튜디오나 야외에서 유가족을 모시고 녹음하다가 한번은 집에 찾아가서 작업했는데, 그때 훨씬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유가족들의 집을 방문해 기록하는 영상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공모전 소식을 듣고 막연히 기록해온 것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수상작 <1019 여순사건-그날의 기억>은 오랜 시간 유가족들을 꾸준히 기록하던 중에 완성됐다. 처음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당시 어린아이였거나 뱃속의 아기로 당시를 보낸 유가족들이 전부 일흔이 넘었다. 이제까지는 생업과 병행하느라 느렸지만 내년에는 집중해서 작업할 예정이다.” 아픈 역사지만 그저 아픔을 호소하기보다 직접 할머니를 만나며 느꼈던 유쾌함과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유가족들에게는 힘이 된다. 어렵고 불편한 얘기를 물으러 갔는데도 할머니들은 말씀하시는 내내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친할머니처럼 곶감도 바리바리 챙겨주셨다. 이제는 그만둘 수 없는 일이 됐다. 유가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완성해보고 싶다.”

장편극영화 부문 수상자 조유진 인터뷰

“반목과 미움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씨네21 오계옥

“여전히 신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조유진씨는 전업 작가로 생활한 지 벌써 10년째다. 개봉을 앞둔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웹툰 스토리, 시리즈 등을 쓰며 전업 작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라남도가 고향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아픈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공모전을 계기로 풀어냈다. “여순항쟁이라고 하면 곧바로 이데올로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이웃과의 반목이나 미움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장편극영화 부문 수상작 <항쟁>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화목하게 지내던 이웃이 멀어지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조유진씨는 <웰컴 투 동막골>의 평화로운 마을을 떠올렸다. 아무리 동막골이라 할지라도 그런 시대적 비극이 닥쳤을 때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도 그렇지 않나. 세대 갈등이든 성별 갈등이든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갈등이 있다. 이 뿌리 깊은 미움의 역사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다뤄보고 싶었다.”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해 뒤늦게 글을 익히는 주인공 진기의 설정은 외할머니에게서 많이 가져왔다. “실제 외할머니의 오빠가 여순사건 당시 실종되어 부모님이 형제들에게 아무도 글을 가르치지 않으셨다. 내가 집에서 한글을 배울 때 외할머니도 같이 한글을 배웠다. 외할머니와 <TV유치원 하나둘셋>을 같이 본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니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꼭 써야 되겠다 싶더라.” 아직도 여순사건을 상처로 간직한 외할머니는 여순사건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해주진 않으셨다. 주변의 이모, 삼촌들을 취재하고 관련된 책과 현장 답사를 하며 이야기에 구체성을 더해나갔다. 조유진씨는 “시상식장에 오신 외할머니가 누구보다 수상에 기뻐하셨다. 앞으로 계속 써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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