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집에서의 더부살이가 불편했던 사라사(히로세 스즈)는 차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데도 놀이터를 떠나지 못하는 사라사를 지나치지 못하고, 후미는 사라사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다. 후미의 집에서 보낸 시간은 더없이 평온했지만, 실종 아동으로 신고됐던 사라사의 거처가 발각되면서 후미는 아동유괴죄로 체포된다. 뉴스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사라사는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로 여기는 사람들 틈에서 15년의 세월을 감내한다. 그러던 중 잠시간 일탈을 꿈꾸며 카페에 들르는데 그곳에서 사라사는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후미를 발견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유랑의 달>은 영화 <분노>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의 신작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히로세 스즈, <신문기자>의 마쓰자카 도리가 주연을 맡아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명명된 두 사람의 재회를 그려낸다. <기생충> <곡성> <버닝>의 홍경표 촬영감독 특유의 빛을 활용하는 방식, 파괴적인 에너지를 담은 <분노>와 달리 재회한 이후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감정을 예리하게 묘사한 점이 눈에 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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