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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고대의 아포칼립스’ ‘암스테르담’ ‘더 스트레인저’ ‘윤희에게’
2022-12-30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고대의 아포칼립스>

넷플릭스

인류 문명의 발생 시기가 빙하기 이후 기원전 4천년경이라는 고고학계의 해석에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 바로 그레이엄 핸콕이다. 스스로 고고학자가 아니라 기자라고 못 박는 그는 모두가 아는 고대 문명에 앞선 수수께끼 문명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 언덕 아래에서 이집트 피라미드 속 석실과 유사한 형태의 방을 발견한 현지의 고고학자는 건설 연대를 기원전 5200년 전으로 추정한다. 더 나아가 세계 각지의 유적지에서도 같은 맥락의 고적이 드러난다. 잊힌 문명의 멸망은 대홍수와 관련돼 있다고 짐작하는 그는 한편으로 역사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실제 해명이 불가능한 선사시대 이전 문명의 흔적을 보면 설득력 있는 해설은 필요해 보이고, 그의 설명은 꽤 그럴듯하다.

<암스테르담>

디즈니+

미국 역사 공간을 애호하고 정서적 결함을 지닌 인물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여온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의사인 버트는 장인과 아내의 성화에 떠밀려 1차 세계대전에 장교로 참전한다. 거기서 병사 헤럴드를 만나 함께하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치료받은 걸 계기로 미국 출신 간호사 발레리와도 조우한다. 셋은 세상에 둘도 없는 관계로 발전해 암스테르담에서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버트가 감호소에 갇히고 발레리가 갑작스레 떠나면서 그들은 10여년이 지난 뒤 뉴욕에서 재회한다. 또다시 이들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벗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과거를 배경으로 다수의 인물이 좌충우돌하는 양상은 <아메리칸 허슬>을,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떠오르게 한다.

<더 스트레인저>

넷플릭스

초라한 행색의 헨리에게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호의를 베푼다. 버스에서 만난 사람은 일자리를 소개하고, 일러준 대로 찾아간 곳에서 만난 마크는 그에게 일거리를 제공한다. 사실 이들은 20여년 전 아동 납치 및 살해 용의자인 헨리의 자백을 이끌어내려고 접근한 형사들이다. 특히 마크는 헨리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유죄를 입증할 단서를 잡아내야 한다. 결국 이들이 헨리의 자백을 받아낼지도 관건이지만 작품에서는 천식 때문에 호흡기를 사용하는 헨리의 불규칙한 호흡을 빼닮은 장면 배치를 주목할 만하다. 헨리를 쫓는 경찰 내부의 다양한 무리의 행적과 헨리의 전사를 변칙적인 플래시백 형태로 다뤄 혼란을 주면서도 아귀가 맞도록 종합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제7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출품작.

<윤희에게>

넷플릭스, 왓챠, 시즌,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겨울이면 찾아봐야 할 영화는 이제 <러브레터>가 아니라 <윤희에게>로 바뀌어야 할 테다. 이 영화에서는 설경뿐 아니라 목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연인이었던 윤희와 쥰은 지금 딸과 살고 있거나 고모와 지낸다. 오타루를 방문한 윤희는 쥰과 만나는데, 이때까지 윤희와 쥰 모두 새봄의 목소리를 거스르지 못하는 점이 특이하다. 새봄의 음성에 윤희는 신중히 대답하고, 쥰은 거짓말처럼 새봄의 요구대로 시계탑 앞에 선다. 특히 새봄의 음성에 힘입은 후에야 윤희는 일본에서 그의 진정한 목소리라 할 만한 한국어로 혼잣말을 하는데, 오타루의 어느 바에서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나온 그 음성은 크지 않고 담담하며, 조용한 곳에서,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법한 밤의 시간에 발화했다는 점에서 오타루의 풍경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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