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GL의 위치는?
2023-01-03
글 : 이자연
tvN 드라마 <마인>, 웹툰 <진짜로 바꿔줘> 등의 인기와 함께 영역 확대 중
사진제공 tvN

2021년 대만에서 6부작 미니시리즈로 처음 공개된 <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은 섬세한 감정선과 주연배우의 완벽한 호흡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2022 금종상 시상식에서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BL(Boy’s Love)의 높은 수요와 함께 GL(Girl’s Lov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2015년만 해도 퀴어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경우, 여고생간 키스 장면을 송출한 이후 방송심의위원회를 통해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법정 제재는 시청자의 민원으로 소위원회가 접수되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제1항을 위반한 근거로 의결됐다. 8년여 전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퀴어 콘텐츠는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소재였다.

최근 1년 사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LGBT의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BL 콘텐츠는 대중의 이목을 끌며 웹툰과 웹소설에 국한되던 포맷을 벗어나 웹드라마, 웹예능으로까지 뻗어나갔다. GL의 관계 구도 또한 다양한 코드로 변주하며 대중에게 가닿았다. tvN 드라마 <마인>의 경우, 주인공 정서현(김서형)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듯한 암시를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 대상이 남성이 아닌 동성 연인 최수지(김정화)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기본 설정 안에 담긴 레즈비언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듯 드라마, 시리즈상에서 코드화된 여성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대중은 GL의 무드를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다. 특히 사회적 감수성이 뛰어난 1020 세대에게 다양성이 반영된 콘텐츠는 높은 환호를 얻었고, GL을 향한 대중의 태도도 이전과 달리 수용적으로 변모했다.

사진제공 더깨

GL의 IP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타입 GL 웹툰 <진짜로 바꿔줘>는 오디오 드라마와 O.S.T 음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웹툰 론칭 6개월 만에 빠르게 IP를 확장했다. 특히 원작 웹툰은 공개 100일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넘기며 저력을 과시했고, GL 콘텐츠의 긍정적인 전망을 예견하게 했다. 이외에도 <왓 더즈 더 폭스 세이> <그녀의 심청> 등 큰 인기를 이끌어낸 웹툰의 오디오 드라마화도 GL의 IP 확장 사례를 보여준다. 이러한 수요와 기대에 힘입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로맨스 오디오 드라마 앱 ‘플링’은 2022년 9월 ‘제1회 센슈얼 로맨스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영화 제작·배급사 싸이더스와 출판사 시공사가 파트너로 참여해 여성향 성인 로맨스 장르(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GL 등)의 웹소설 및 오디오 드라마 시나리오를 모집하기도 했다.

다층적인 사회의 모습을 녹여낸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면서 관객 또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됐다. 100인 1색(色)이었던 획일적인 취향의 시대를 지나 100인 100색으로. 그리고 이제 1인 100색의 시대가 도래했다. 초세분화된 입맛을 맞추는 하이퍼 버티컬 세상에서 GL이 어떤 묘미를 만들지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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