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가 꿈꾸는 나라>
2023-01-17
글 : 진영인 (번역가)
노회찬 지음 / 창비 펴냄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에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의 강의를, 2023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뭇 새롭고 묘하게 다가온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많이 변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6년의 촛불집회가 사회적 불평등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으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상위 2%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강원랜드 사례처럼 불법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권력에 관대한 사법부를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과연 이 사회가 권력층 봐주기에 비판적인 입장인지, 더 큰 이익 앞에서는 적당히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노 의원은 “일한 만큼 먹고사는 나라”를 외친다. 파견노동을 반대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반대한다. 그렇지만 그간 있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 우리 사회가 평등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을, 정규직 자릿수를 그대로 두고 상대적 특권도 보존하기를 바라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2018년은 촛불집회의 여운이 미래를 향한 낙관적 전망을 비추어주던 시절 같다. 그러므로 선거제도 개편부터 사회적 격차의 해소까지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진보정당과 노 의원에게 품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파트값 폭등과 더불어 다들 한몫 챙겨서 노동에서 발을 빼고자 했던 열풍이 뜨겁게 일었다가 미국발 금리인상이 쏟은 찬물로 너무나 빨리 식어버렸다. 우리 앞에 놓인 앙상한 잔해 앞에서, 진보정당이라는 어려운 길을 개척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외친 정직하고 반듯한 정신이 그립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훌륭한 정치인이고 언제나 그리울 사람이다.

79쪽

“거듭 강조하지만 강자와약자가 똑같이 기회를 받고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