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교섭’ 임순례 감독이 생각한 황정민, 현빈, 강기영 배우의 조합
2023-01-19
글 : 조현나

문화적 배경에 관한 자료조사가 많이 필요했겠다. 언어가 달라서 배우들도 준비를 많이 했어야 할 테고. 디렉팅을 줄 때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있었나.

=우선 문화에 관련된 건 의상부터 음식까지 다양하게 조사했다. 인물들이 현지의 한 마을을 방문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어떻게 환영 인사를 하고 또 어떤 춤을 추고 어떤 놀이를 하는지, 그런 정보들을 많이 모아뒀다. 언어도 준비가 많이 필요했던 이유가 탈레반이 쓰는 언어는 파슈툰족이 쓰는 ‘파슈토어’고, 정부 관리들이 쓰는 건 ‘다리어’다. 그래서 두 언어를 다 할 수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을 섭외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선생님을 어렵게 구해 강기영 배우가 일대일로 엄청난 연습을 했다. 랩처럼 외웠다고 말하던데, 익숙한 언어가 아니라서 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 순간에 감정까지 섞어 연기하니 그 용기가 대단했다. 현지에서 캐스팅한 요르단 배우들에게도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토어를 따로 가르쳐야 했다. 그런 식으로 최대한 고증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황정민 배우는 당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을 하고 있을 때여서 영어 대사 녹음 파일을 보내 일찍 연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발음이 유창한가보다 말에 담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서 악센트나 억양까지 디테일하게 지적하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의미 전달이 되고 연기가 잘 매칭이 되면 넘어갔고 파슈토어는 나 역시 잘 모르기 때문에 자문하는 친구에게 뜻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했다.

“초반의 폭발 장면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시 3일 정도 도로를 막고, 거기에 노점상과 가판 등을 전부 세팅해두고 촬영했다. 폭파 신이 위험하지 않나. 한국 제작진이 있긴 했지만 현지 스탭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찍어야 해서 난이도가 꽤 높았다. 그리고 중간에 대호가 카심을 찾아다니는 신도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시장처럼 복잡한 곳에 실제로 가서 촬영한 것이다. 그래서 인파 관리가 쉽지 않았다.”

외교관 정재호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에 각각 황정민, 현빈 배우를 떠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교섭>은 어찌됐든 정재호라는 인물이 끌고 가는 게 중요한데, 황정민 배우에게 그만한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빈 배우는 기존에 갖고 있던 로맨틱하고 나이스한 이미지를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거친,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다. 현장에서도 둘이 상반되는 면이 있다. 황정민 배우는 늘어짐 없이 빠르게 주변을 북돋우며 나아가는 편이라면, 현빈 배우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자기 몫을 다한다. 정민씨는 현빈씨의 그런 진중함을 굉장히 신뢰하고 존중하고, 현빈씨는 정민씨가 현장을 이끌고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고 자신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더라. 실제로 둘이 가까운 사이라는 게 화면에서도 잘 드러났다.

카심 역의 강기영 배우가 극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 크게 일조했다.

=강기영 배우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받기 전에는 주인공의 재밌는 친구 같은 감초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코믹한 부분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연기 컬러를 명확히 보여주는 카심을 잘해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의 교섭 장면에서도 정말 연기를 잘하지 않았나. 몇몇 작품을 보며 점찍어놓은 배우였는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

후반부의 긴박한 상황에선 짧은 숏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는데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느낌이었다.

=내 영화치고 신이 굉장히 짧긴 한데. (웃음) <교섭>이 소재만 차용해 상업적이고 장르적으로 푼 작품은 아니다 보니 기존의 상업영화와 결이 다르다고 느낄 것 같다. 그게 <교섭>의 장점이자 특징이 될 수 있겠고. ‘카메라가 이렇게 이동하고, 편집은 이런 방식으로 되겠지’ 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배우들의 감정이 중요했기 때문에 편집이 빠르진 않더라도 감정선을 타이트하게 잡아내려는 노력도 가미했다.

한국의 여성 감독이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의 연출을 맡은 건 <교섭>이 처음이다.

=제작비 규모가 커서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스케일이 큰 장르 영화에 여성 감독들이 참여해 성공을 이끈 사례들이 이미 있지 않나. <교섭> 역시 개봉 후 좋은 결과를 얻어서, 이후로 여성 감독들에게 큰 예산의 작품을 연출할 기회가 보다 많이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곧 <교섭>을 만나게 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제 면에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감을 풀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앞서 말한 황정민, 현빈, 강기영 배우의 활약, 그리고 요르단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신도 있다. 다양한 매력이 배치되어 있는 영화라서 많은 관객이 재밌게 봐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돌고래 이야기를 다룬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라고 했다. 이후로 진행된 바가 있나.

=시나리오를 돌릴 정도의 버전은 나왔다. 현재는 캐스팅과 투자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그리고 기획 중인 시리즈 작품도 있어서 마찬가지로 캐스팅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은 <교섭>이 잘되면 좋겠다. 한국영화계가 근 3년 동안 힘들었는데, <교섭>을 필두로 올해 다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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