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제보자>가 그랬듯,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자국민을 구출해야 한다는 <교섭>의 주제 역시 다루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임순례 감독은 인질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인물들의 인본주의적 목표에 집중한다. 임순례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크랭크업 후 개봉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다른 영화보다 관객의 반응이 궁금한 영화”라며 개봉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처음 <교섭>을 제안받았을 때 거절했던 걸로 안다. 어떤 점이 고민됐고,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소재 자체가 상업적, 장르적으로만 풀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자칫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 종교적 이야기가 대두될 것 같아 고민했다. 거듭 제안을 받고 생각해보니 한국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와 배경을 다루면서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겠다고 여겼다. 사실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소재인데 함께하고 싶은 배우, 스탭들이 참여하고 투자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각본이 설득력이 있다고 믿게 됐다. 그 뒤로 관객과 공감대를 넓혀가도록 각본을 수정했다.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교섭>까지, 매번 결이 다른 작품에 도전하는 인상이다.
=공교롭게도 <제보자> 때부터 같은 제작자가 제안했는데, 매번 부지런히 작품을 기획해 건네준다. (웃음) 말한 대로 각 작품의 색은 달라도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주제들을 택한 것이라 나름의 일관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가나.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들, 관계, 생명과 같은 주제에 끌리는 것 같다.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교섭> 촬영이 시작됐다. 때문에 세트장에서 먼저 찍고 해외로 나가게 됐는데.
=해외 로케이션에서 먼저 찍고 국내로 들어와 세트장에서 추가 촬영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인데, 말한 대로 팬데믹 때문에 비행길이 막혔었다. 다행히 헌팅을 세번이나 다녀와서 현지 풍광에 관한 레퍼런스들을 잘 찾아둔 상태였다. 와중에 한국의 방역 정책이 잘돼 있어 신뢰를 얻었고 다행히 요르단에 입국해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요르단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후보에 올랐다. 중앙아시아국가라 아프가니스탄과 지리적으로 더 가깝긴 하지만 영화 인력이나 기자재 등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 반면 요르단은 할리우드와 프로덕션을 많이 진행해본 덕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영어로 소통도 가능하고, 안전하고, 또 풍광이 뛰어나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느낌의 장소들도 많았다. 특히 재호와 대식이 나란히 서 있던 장면의 협곡은 정말 압도적이다. 화면에 다 담지 못할 정도였다. 협상하러 갈 때 건너는 사막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풍경이 펼쳐졌다.”
날씨가 복병이었다고 들었다. 사막에서의 촬영이 힘들었을 듯한데.
=초반엔 너무 더워서 스탭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국의 더위와는 온도 자체가 달랐으니까. 그래서 요르단의 스탭들이 엄청 겁을 줬다. 가령 엑스트라가 100명이 필요하면 150명은 데려와야 한다, 왜냐하면 50명 정도는 쓰러질 테니까,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도 한국 스탭들이 현지에서 잘 적응해 결국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들 참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웃음)
*이어지는 기사에 <교섭> 임순례 감독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