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근 대표 체제의 CJ ENM이 지난 1월9일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CJ ENM의 기존 1개 총괄 / 9개 사업 본부는 ▲영화·드라마 ▲예능·교양 ▲음악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 ▲글로벌 등 5개 본부 체제로 재편됐다. “시장환경과 사업구조 변화에 맞춰 핵심기능 중심으로 사업 본부를 재편했다. 신속한 시장대응과 전략실행력 확보를 위해 사업단위별 책임경영을 실시하고, 의사결정체계도 팀장-사업부장-사업본부장의 3단계로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제고했다”고 CJ ENM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영화사업본부가 영화.드라마사업본부 내 영화사업부로 재편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팀 체제로 운영되었던 기획제작, 투자, 배급팀이 통합되었다. 세 팀 체제로 운영되던 투자팀은 한 팀으로 통합되며 이선영 팀장이 맡는다. 기획제작팀은 영화와 함께 시리즈 기획도 담당하며, 세 팀 중 1개 팀은 CJ ENM의 자회사인 CJ 스튜디오스로 편입된다. 영화사업부의 2개 기획제작팀은 통합해 임지영 팀장이 담당한다. 영화·드라마사업본부가 영화, 드라마의 스크립트를 담당하고, 관리하며, 원천 IP 확보, 개발, 영상화계약 등도 함께 맡는다. 국내 배급과 해외 배급 또한 배급팀으로 통합됐고, 이영주 배급팀장이 맡는다. 몇 달간 공석이었던 영화사업부의 수장으로는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를 진두지휘했던 고경범 전 해외영화사업부장이 선임됐다. “조직이 전체적으로 콤팩트해졌다”는 게 CJ ENM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력을 50% 감축하는 게 목표”라는 말이 그룹 안팎에서 들려올 만큼 지난 연말 CJ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콘텐츠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큰 조직은 외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제작자 A씨)다는 진단도 내부에서 나왔을 거라고 예측된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의 부진과 불황이라는 외부 환경을 감안한 구조 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는 내부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이번 정기인사를 두고 CJ ENM의 자회사인 CJ ENM 스튜디오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업계의 관측도 나온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지난 2022년 윤제균 감독을 대표로 선임하고 모호필름, JK필름, 블라드 스튜디오, 용필름 등 8개 콘텐츠 제작사를 산하에 둔 크리에이터 중심의 회사다. “CJ ENM이 제작을 관리하던 과거와 달리 CJ ENM 내부에서 기획 제작을 관리하던 팀과 제작사의 크리에이터들의 역할이 동등해지며 제작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CJ ENM의 이번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이 각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새로운 밑그림일지, 혹은 크리에이터에게 좀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