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은 K팝 산업을 ‘정반합’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민희진 대표는 “대중이 싫증을 쉽게 느끼는데, 보통 정반합 삼 단계에 따라 진행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제작자 개인과 어도어 레이블을 넘어서서 최근의 그는 K팝 산업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2년 SM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그리고 레드벨벳 등의 비주얼 브랜딩을 성공시키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등기이사까지 올랐다. 오랜 직장을 돌연 퇴사한 후 하이브 브랜드 총괄을 맡게 됐을 때 그의 행보를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을 것이다. 민희진은 빅히트뮤직 혹은 하이브 기존 레이블에 속하는 대신 독자적인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가 되어 기존 관습을 깨는 방식으로 걸그룹 론칭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걸그룹 뉴진스는 국내 신드롬에 이어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며 K팝 산업에 균열을 내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정반합’에는 이방인의 존재가 필요한 법이다. 영화의 의미를 다시 논의하는 시대, 최근 가장 유의미한 논의를 견인한 작품으로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호명하고 싶다. 혹자는 겪어본 적 없는 인공의 노스탤지어를 근사하게 구현한 <Ditto> 뮤직비디오를 두고 2022년 가장 시네마틱한 경험 중 하나라고 고백했고, 대중이 먼저 나서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의 레퍼런스를 짐작하거나 메타포를 해석하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이른바 제4의 벽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연출을 선보인 <OMG> 뮤직비디오는 창작과 비평의 의미, 아이돌 산업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Ditto> <OMG>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감독은 2007년 영화 제작을 목표로 제작사를 설립한 후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광고 연출자로 먼저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반면 <고래먼지> <잠은행> 같은 영화 작업에선 키치한 스타일을 접고 진중한 호흡을 보여주며 돌고래유괴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짐작케 한다. 요즘 업계에서 가장 바쁜 창작자로 꼽히는 민희진 대표와 신우석 감독을 각각 만나 최근의 작업에 대해 들었다.
*이어지는 기사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