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 ② "모든 것은 다르게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2023-01-21
글 : 임수연
사진 : 이우빈

- <Ditto>의 반희수(박지후)는 뉴진스의 바깥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이방인이다. 반희수가 뉴진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이돌을 대상화하는 기존의 시선과 차이를 보인다.

= 말했듯 아이돌의 얼굴과 몸을 전시하는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았다. 서사 속에서 반희수가 바라본 뉴진스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자 친구로 그려졌으면 했다. 그 캐릭터가 보는 시각으로 안무를 소화한다면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신선할 것이라 생각했다.

- 돌고래유괴단의 작업은 ‘바깥에서, 다르게 보기’에 집중해왔고 이번 뉴진스 뮤직비디오 작업들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 광고계, 뮤직비디오 신에서 입지를 확보한 이후의 돌고래유괴단은 앞으로 ‘바깥에서, 다르게 보기’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 이방인의 시선은 결국 대중의 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껏 업계에서 해오던 관성에서 벗어나 다른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생존과 돈이다. 산업 안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에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그 이해관계보다 작품을 우선시하고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면 바깥이 아닌 안에서도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레퍼런스를 굳이 찾지 않는 성향이라고 들었지만, 많은 이들이 <Ditto>를 보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떠올렸다. 혹시 참고했거나 은연중에 영향받은 작품이 있나.

= 사실 나는 <여고괴담>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한국 학원물 계보에서 워낙 상징적인 작품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현실적인 한국 학원물을 그려내고자 했기 때문에 관객이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복도에 나오는 사슴은 아이돌을 가지고 싶은 이상적인 친구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주요 오브제로 떠올린 비디오 캠코더가 쓰인 시대, 곧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시간적 배경이 <여고괴담> 시리즈와 겹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영향을 받은 텍스트를 찾자면, 그리스 신화 <키르케의 돼지>가 시나리오의 단초가 된 것 같다. <키르케의 돼지>를 염두에 두고 <Ditto>를 본다면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Ditto>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많은 대중, 심지어 뉴진스 멤버 다니엘도 무섭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곡이 가지고 있는 아련함의 정서를 흡사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한 이유, 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보아도 이해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떤 이에게는 팬과 아이돌의 관계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나와 친구, 누군가에겐 귀신 이야기일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최대한 포용력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제공 돌고래유괴단

- 어도어측에서 창작에 대해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돌고래유괴단 채용 조건 중 ‘광고주에게 굴하지 않고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자~’가 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껏 광고주들과 열심히 의견을 다퉜을 감독 입장에선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겠다.

= 사실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민희진 대표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서 미팅 전에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갔는데, 직관과 통찰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디어에 노출된 모습은 포장되기 마련이기에 이 사람이 진짜가 맞는지, 만약 가짜가 아니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자신의 선택을 믿고 이를 추진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원래는 뮤직비디오를 직접 기획하거나 깊게 관여하는 성향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기존의 내 작업 스타일을 존중해준 것 같다. 민희진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실제로 팬과 아이돌의 건강한 관계에 대한 진심을 느꼈고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솔직히 누가 신우석에게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맡기겠다는 발상을 하나? 아마 가장 동떨어져 있는 두개의 퍼즐일 거다. 마치 ‘아스날’과 ‘우승’ 같다. (웃음)

- 2009년 킵워킹펀드 우승 당시 인터뷰를 보면, 돌고래유괴단엔 시나리오 한편이 거의 유일한 무기였다. 이제는 더 괜찮은 무기들을 갖게 된 듯한데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나.

= 영화와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혼자 할 작품도 있고 팀 내 다른 감독들과 함께 만들어갈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주 새로운 것이 될 것이다.

-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핀오프 시리즈 <레이>(가제)의 작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안다. 김보통 작가나 관계자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 김보통 작가와는 오랜 친구지만 함께 작업하는 것은 처음인데 역시나 좋은 재능을 가졌다. 사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나를 두들겨패고 싶을 것 같기는 하다. (웃음) 그렇게 아슬아슬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 얼마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한 채용 공고 영상도 인상적이었다. 크루 개념이었던 돌고래유괴단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지금껏 이어온 소수 정예 형식이 아닌 대규모 프로덕션으로의 방향 전환도 생각 중인가.

= 구성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대규모 프로덕션으로 갈 생각은 없다. 우리 색깔을 유지하려면 덩치가 너무 커져서는 곤란하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도 마찬가지지만, 외부 영입 없이 내부에서 돌고래유괴단의 DNA를 가진 감독들을 배출하고자 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