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작업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남는 건 작품의 흥행보다도 사람이다.”
섭식 장애를 앓는 일타 수학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로 지금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전도연).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이 밥이라는 매개체로 만나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다.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마지막 2화를 앞둔 시점에는 18.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교육열 높은 동네의 학원가를 둘러싼 부모와 학생들 이야기에 쇠구슬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까지 더해져 전 연령층에 어필하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일타 스캔들>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전도연과 정경호의 로맨스 케미스트리, 사교육계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일타 강사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돋보인 드라마였다.
정경호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다. 친구들이 스타가 되라고 붙여줬다는 ‘정 스타’라는 별명 외에도 그가 처음 대중에게 주목받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윤부터 영화 <롤러코스터>의 ‘육두문자맨’ 마준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스타 작곡가 하립 등 연예인 역할만 다섯번이었다. ‘연예인 연기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경호는 강의실로 옮겨온 <일타 스캔들> 무대에서도 전매특허인 스타성을 가감 없이 발휘한다. 정경호가 연기해온 슈퍼스타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그는 스타의 화려한 모습보다 그 이면의 얼굴을 묘사하는 데 장기를 발휘한다. 슈퍼스타를 떠올렸을 때 연상할 수 있는 자신만만하거나 자존심 강한 얼굴, 혹은 무대에서와는 상반된 지치고 피곤한 얼굴 등을 섬세하게 드러냈고 스스로 “하찮음”이라고 표현하는 능청스러운 리액션을 더해 정경호는 매번 다른 스타의 얼굴을 빚어냈다. 장르물 <라이프 온 마스>처럼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감탄스럽게 해내기도 하지만 그의 진가는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처럼 똑 부러지는 발음으로 전문용어를 자기 입말처럼 뱉어내거나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어떤 대사든 찰기 있게 전달한다. <일타 스캔들>의 최치열은 이런 그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11년째 공개 연애 중인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최수영이 <일타 스캔들>을 보고 “오빠가 제일 잘하는 거 했네”라고 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데뷔 20년차, 이제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대중에 확실히 각인되고 있는 배우 정경호를 <일타 스캔들>로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 <일타 스캔들> 정경호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