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온 마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 이어 박성웅 배우와 세 번째 합을 맞춘 영화 <대무가>와 마동석과 출연한 <압꾸정>을 통해 지난해 브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던 정경호에게 <일타 스캔들>은 간만의 로맨스였다. “전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나름 로맨스를 진하게 했다고 생각해서 장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일타 스캔들>의 로맨스는 마냥 달콤하지 않고 쌉싸름한 데도 있다. 후반에는 장르가 한번 바뀌기도 하잖나. 오랜만에 편안한 드라마를 하는 전도연 선배와 함께해 너무 행복했고 많이 배웠다.” 전도연 배우와의 연기 합을 묻자 “전도연 선배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대선배와 멜로 연기를 하고 한 카메라에 투숏이 잡힌다는 것 자체가… 안 그런 척하다가 컷, 하면 감독님한테 가서 ‘아, 너무 좋다. 이게 성공한 기분일까’ 하며 장난치기도 했다.”
현강, 인강, 출판, 거기에 부가가치까지 합치면 연평균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1조원의 남자’ 최치열은 타인에게 무심하고 뭔가 휑한 삶을 사는 캐릭터다. 예민하고 까칠하다는 점에서 그가 맡았던 이전 캐릭터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왜 이렇게 살이 안 찔까. 가만히 내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니 8년 동안 예민하거나 섭식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아픈 환자거나 볼이 홀쭉 들어간 형사였더라. 까칠한 얼굴로 뛰고 쓰러지고 죽는 연기를 자주 했다.” 한때는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들마다 다른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캐릭터의 차별화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TV로 내 모습을 보면서 지난해와 다르고 지지난해와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한살 한살 나이 먹으며 내가 달라지니 비슷한 캐릭터라도 기쁘거나 슬픈 표현이 다를 수 있겠구나. 그래서 41살의 정경호가 표현하는 최치열의 아픔과 슬픔은 또 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타 스캔들>을 통해 치열한 일타 강사의 세계도 새롭게 알게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준비하며 흉부외과 의사를 쫓아다녔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타 강사로 불리는 학원 강사를 소개받아 그의 생활을 관찰했다. “개인 시간이 없더라. 쉴 시간도 돈 쓸 시간도 없다. 집에 가서도 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일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 위하는 마음만으로도 일타구나 싶더라.” 일타 강사의 일상도 연예인과 다를 바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게시판부터 확인한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끝나고 후기를 찾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내가 말을 그렇게 느리게 했다고?’ 그러면 실장님이 곁에서 ‘다음 문제는 말을 더 빨리 하시고, 학생들이 몇번 문제를 원하는 것 같으니 이 문제를 푸셔야 돼요’ 한다. 이런 삶이 있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