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서숙향 작가, “‘파스타’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썼던 작품”
2023-03-15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 데뷔 이래 늘 2~3년 주기로 신작을 발표했는데 신작 <별들에게 물어봐>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네, 후반작업을 공들여 마치고 2024년에 공개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기름진 멜로> 이후 7년 만인 거지요. 어쩌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버린 건지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긴 시간인 것 같지만 그동안 저는 전혀 여유가 없었거든요. (웃음) 쓰기는 5년 정도 썼어요. 우주정거장에 대한 우리나라 자료가 너무나 부족한 터라 내내 분주했어요. 큰 힘이 되어준 분이 2006년 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우주인 선발 대회에서 뽑혀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에 다녀온 이소연씨죠. 지금 미국에 계신데, 제가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 물어보면 곧장 답해주거나 혹은 현지 우주인들 모임에 나가 물어봐주곤 했어요. 그외 약 30명의 자문단과 함께하면서 제가 참 그들을 괴롭히고 또 괴롭혀서 썼죠. 중력이 사라지면 아주 작은 생리에서부터 인간의 모든 것이 달라지거든요.

- 어쩌다 지구 밖 우주로까지 로맨스의 무대를 넓히게 된 건가요.

= 실은 제가 <기름진 멜로> 이후 혼자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파스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중식 주방의 풍경을 펼쳐보았으나 잘 아는 것을 쓰다보니 과거를 답습한 부분이 있지 않나 되돌아보게 된 거죠. 다음 기획은 무조건 내가 전혀 모르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어 초심자의 마음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을 준비해보자고 결심했어요.

- 작가들을 위한 조언 중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써야 한다는 말과는 오히려 반대네요.

= 제가 아주 흥미롭게 기억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예전에 권석장 PD(<미스코리아> <파스타>)와 함께 아이템을 찾고 회의하던 시절의 일인데요. 몇달씩 둘이 앉아서 두런두런 온갖 아이템을 꺼내놓는 거예요. 감독님은 제가 아이디어 100개를 이야기할 동안 담배만 피우세요.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닌 거죠. 그러다 지쳐서 정말 실없는 이야길 하나 꺼냈는데 갑자기 침묵. 그러곤 “그거 좋다. 그거 하자” 하시기에 제가 “아니, 왜요?” 하니까 “그 뒤에 뭐가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어떤 아이디어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연상된다는 건 사실 이미 누군가가 했거나 내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본 적이 있다는 거죠.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소재에 우선 뛰어들어볼 필요성에 대해 그때 어렴풋이 배웠습니다.

- <파스타>와 <기름진 멜로>의 주방, <질투의 화신>의 뉴스룸, <로맨스 타운>의 저택 등 작가님의 직업 드라마들은 장소에서 큰 영감을 얻은 결과물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장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로부터 이야기를 구체화하죠. <파스타> 때는 주방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두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면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기 때문에 <파스타>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썼죠. 얼마나 마지막이다 싶었으면 밥도 잘할 줄 모르던 여자가 주방 드라마를 시작한 거예요. 모친이 80살 되실 때까지 평생 딸 밥 먹이겠다고 음식을 해주셨으니 그런 면에서 저는 좀 부끄럽죠. <별들에게 물어봐>도 우주정거장부터 떠올리지 않았다면 못 썼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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