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이태원 클라쓰’ 웹툰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쓴 첫 사례가 된 조광진 작가
2023-03-15
글 : 박기용 (한겨레21)
사진 : 김진수 (<한겨레21> 선임기자)
사진제공 JTBC

“목표가 확고한 사람의 성장은 무서운 법이야.”(<이태원 클라쓰>)

조 작가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그녀의 수족관>을 연재하면서 정식 작가로 데뷔했다. ‘어장관리’란 말이 막 유행하던 시기 소재의 블루오션을 노린 조 작가의 전략이 먹혀들었다. 연재 2회 만에 계약 제의를 받았다. 레진코믹스는 당시 국내 유료 웹툰 시장을 만든 선두주자였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면 개중 ‘돈이 될 만한’ 작가와 월 30만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계약을 하고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나눴다. 조 작가는 계약 때만 해도 ‘안정된 수입을 얻으려면 대체 몇명이 내 웹툰을 봐야 할까’ 싶어 자괴감에 빠졌다. 한데 ‘대박’이 터졌다. 첫달 정산액이 400만원가량이었다. 레진코믹스 차원에서 별도 광고를 한 달에는 3천만~4천만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녀의 수족관>은 그해 레진코믹스 전체 조회수 1등을 했다. 빚은 순식간에 갚았다. 조 작가 인생 반전의 시작이었다.

조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 <슬램덩크>와 <나루토> <원피스>를 보며 꿈을 키웠다. 원고 투고를 고등학생 때부터 했다. 데뷔를 만 25살인 2013년에 했으니 9년 걸렸다. 조 작가의 집은 1997년 외환위기 뒤 경기도 의정부에서 전북 남원으로 옮겼다. 어머니의 연고지에서, 뒷산에서 톱질해온 나무로 밥 짓고 난방하는 집에 살았다. 외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이었다. 어린 조 작가는 농사짓고 고구마, 감자 구워 먹던 기억이 좋았지만, 부모님의 고생을 짐작게 한다. 가난했지만 정작 본인은 가난을 모르고 꿈만 키우며 자랄 수 있었다. ‘단단한’ 부모님 덕이었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이미지는 주로 그런 어머니에게서 왔다.

- 왜 만화였나요.

= 진짜 좋은 콘텐츠를 보면 소름이 돋잖아요. 저는 처음으로 그런 게 만화였어요.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게 만화였고. 대단하다, 이런 감정을 타인에게 느낄 수 있게 하는구나. 나도 하고 싶다.

-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나요.

= 당시엔 만화가가 배고픈 직업인데도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외아들이지만 엄하셨던 편인데, 제가 가난을 모르게 키우셨어요. 특히 어머니가 그랬는데 <이태원 클라쓰>도 원래 제목이 <오뚝이><롤리폴리>였거든요. 롤리폴리도 결국 오뚝이란 말이라 쓰러져도 일어나는, 그런 느낌인데. 어려서 그런 엄마 모습을 봤던 게 제 인생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사진 김진수 <한겨레21> 선임기자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고, 난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이태원 클라쓰>)

- 그렇게 <이태원 클라쓰>까지 웹툰이 ‘대박’ 나고 드라마도 만들게 됐는데요. 이전까진 웹툰 원작자가 직접 대본을 쓴 사례가 없었다면서요.

= (연출을 맡은) 김성윤 PD님이 오셔서 말을 빙 돌리시다가 제가 대사를 잘 쓴대요, 만화 보니까. “이거 그냥 드라마로 가져가도 괜찮겠다, 한번 써보지 않겠냐”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글을 배운 적도 없고 써본 적도 없어서 너무 황당한 소리였는데, 하게 됐죠. (PD님이 모험을 좋아하시네요.) 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둘이 친해요, 아직도. (웃음)

-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협업이 중요한데, 어땠나요.

= 소통이 당황스럽긴 했어요. 드라마는 키잡이가 크게 둘이에요. 작가랑 감독. 이 둘의 간극이 좁을수록, 같은 그림을 볼수록 좋아요. 웹툰 땐 소통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드라마를 해보니) 글이 저한테는 명확한 느낌인데 배우가 보는 간극이 있고 감독이 보는 게 다르고. 이런 게 참 재밌고 신기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캐릭터 이해도가 나보다 더 높아지더라”라고 하셨던데요.

= (<이태원 클라쓰> 때) 동희씨(장근수 역의 배우 김동희)였는데, 밤중에 연락이 와서 오래 통화했어요. 그 캐릭터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히스토리를 자기가 한번 짜봤다면서 제게 ‘얘는 이때 이런 감정이 맞을까요’ 그런 걸 하나하나 묻는데 소름이 돋는 거예요. 저에겐 그런 설정까진 없었는데 이 친구는 그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이렇게까지 파고드는 거죠. 거기서 크게 배우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 새 드라마를 준비하고 계신데, <이태원 클라쓰>처럼 원작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릅니까.

= <이태원 클라쓰>는 대본 작업만 1년 좀 넘게 걸렸는데, 새로 쓰는 건 더 힘들어요. 기획 PD들과 매주 제가 쓴 대본으로 회의하는데 이제 4회 수정고(초고에서 수정한 원고)를 보여줬는데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어요. (옆에 누가 붙어 있으니) 작업하기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혼자 할 때하고 다른 게 재미있는 게 안 나오면 더 피곤하죠. 작가는 재미없으면 ‘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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