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승리를 제압한다.” 부산 중앙고 선수들은 득점을 위해 몇번이고 다시 공을 향해 뛰어오른다. 드라마 <연모>에서 연산군으로 등장한 김택이 팀의 기둥 격인 센터 순규를, <리바운드>로 첫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 김민이 열정 가득한 식스맨 재윤을 연기한다. 영화 <보희와 녹양>,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 출연한 안지호는 숨겨진 실력자인 슈팅 가드 진욱을 맡았다. 사진 촬영 내내 지치는 법이 없던 이들의 열기가 코트를 가로지르는 극 중 선수들의 에너지를 가늠케 했다.
김택 배우는 실제로 휘문고 농구부 출신이라 농구가 익숙했겠다. 다른 두 배우도 원래 운동을 좋아했나.
김민 구기 종목은 거의 다 좋아한다. 원래 축구를 즐겨 했는데 지금은 농구를 가장 사랑한다.
안지호 축구, 농구, 수영을 특히 좋아한다. 사실 농구를 아주 잘하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처음부터 다시 배워가며 재밌게 촬영했다.
김택 농구가 특기지만 야구, 축구, 배드민턴, 탁구, 게이트볼, 볼링도 좋아하고… 구기 종목을 전부 좋아해서 다 조금씩 할 줄 안다.
오디션에선 필연적으로 농구 실력을 보여줘야 했을 텐데.
김민 멤버 중 아마 제일 처음 오디션을 봤을 거다. 오디션 보려고 체육관에 갔는데 수많은 또래 남자배우들이 있어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1차 오디션에서 붙고, 영상 오디션과 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김택 선수 시절 모습을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직접 편집해 제출했다. 농구보다 사투리가 문제였다. 부산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부산 출신 친구에게 일대일로 3일 정도 교육을 받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데? 조금만 더 배우면 되겠다”는 평을 받아 마음이 놓였다.
안지호 형이랑 똑같이 1차 오디션 때 슈팅하는 영상을 찍어 보냈다. 그때까진 농구영화라고만 들어서 사투리를 써야 하는지 몰랐는데, 부산 사투리 대사가 정말 많더라. 어설프게 하면 큰일나겠다 싶어 부산이 고향인 회사 선배님에게 열심히 배웠다.
진욱과 순규, 재윤은 농구 포지션, 실력, 시작점이 다 다르다. 각자 캐릭터의 어떤 특성을 눈여겨봤나.
안지호 진욱이는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귀엽고 영리한 친구다. 자칭 ‘제2의 마이클 조던’이라 외치는 진욱의 시그니처 대사가 있는데 이 대사 하나로 캐릭터가 결정이 나겠더라. 톤 잡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가능한 한 밝게 가보자고 하셔서 톤과 텐션을 높게 잡고, 버튼 누르면 튀어나오듯 당차게 외쳤다.
김택 순규는 이름처럼 순하다. 그런 진심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우와~!’라며 직접적으로 리액션을 한다거나 호기심을 갖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김민 재윤은 누구보다도 농구를 사랑하고 그만큼 열심히 한다. 벤치 신세일지라도 동료들의 승리를 가식 없이 기뻐해주는 맑고 순수한 면도 지녔다. 관객이 공감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런 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제2의 마이클 조던을 꿈꾼다면 중앙고보다 농구에 특성화된 학교에 진학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극 중 진욱은 중앙고에 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안지호 진욱은 특정 학교의 진학 여부보다는 자신이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을 것 같다. 실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집 근처 학교에 농구부가 있고 입단이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야겠다,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순규는 농구를 해본 적이 없는 반면 배우 본인은 수년 간 선수로 활동했다. 그 시간이 순규를 연기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됐고 또 어떤 어려움을 느끼게 했나.
김택 선수 시절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까 촬영 때 실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득점을 해 엔지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반대로 엉성해 보이는 폼을 연구했다.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분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세를 눈여겨봤다.
재윤은 농구를 해온 기간과 실력이 비례해 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농구를 하는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
김민 재윤에겐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혼자 연습한 시간이 많았을 텐데, 내가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서 연기하며 보낸 시간이 재윤이의 시간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그런 나의 고민과 재윤의 마음이 맞닿은 지점이 있었다. 그러니 재윤이가 득점했을 때의 기쁨도 깊이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해서 서로 합을 잘 맞춰가는 게 중요했겠다.
김민 촬영 전부터 거의 매일 모여서 훈련을 했다. 같이 운동하면 금세 친해지지 않나. 그 분위기가 촬영으로 이어졌다.
안지호 진짜 한팀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막내라 형들이 잘 챙겨줘서 정말 좋았다.
김택 현장의 활기차고 청량한 에너지를 영화에 많이 담으려고 했다.
김민 이를테면 우리가 영화계의 ‘뉴진스’다! 이런 느낌으로. (웃음)
다른 스포츠영화와 구별되는 <리바운드>만의 매력이 무엇이라 느꼈나.
안지호 한국에서 농구영화는 처음 개봉하는 것으로 안다. 그것만으로 신선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 영화 곳곳에 담겨 있다.
김택 제목처럼 인생에서의 ‘리바운드’, 실수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작품의 메시지가 관객에게도 가닿을 거라 생각한다.
김민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자신의 벽을 만날 때까지 열심히 한 거니까 거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리바운드>는 각자의 한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우리 영화가 가진 힘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