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하기 위해 홍콩을 떠난 두 남자의 사랑과 이별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해피 투게더>를 얘기하기 위해선 199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때 많은 홍콩인들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의 삶을 크게 걱정했고, 또 불안해했다. 사람들은 캐나다, 미국, 호주로 갈 수 있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매우 애썼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극과 파혼이 일어났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일 중 하나는, 영국 시민임을 증명하고, 영국 여권을 뜻하는 BNO가 적힌 ‘영국해외시민여권’을 받았던 홍콩 사람들이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에는 영국에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홍콩 사람들에게 모국이 사라졌다는 걸 의미했다. 홍콩 사람들은 사생아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풍경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국(영국)으로의 수용을 기대했지만 거절당하는 이야기, 거부된 관계에 관한 영화, 그것도 게이 이야기로.
- 두 남자가 가는 곳이 왜 아르헨티나인가.
= 마누엘 푸이그(<거미 여인의 키스> <천사의 음부> <열대의 밤이 질 때> 등을 쓴 아르헨티나 대표 작가.-편집자)의 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그가 쓴 소설 중에서 <하트브레이크 탱고>(Heartbreak Tango)를 가장 좋아한다. 이 제목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제작진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하트브레이크 탱고’를 영화 제목으로 쓰기까지 했다. 탱고에 관한 영화를 찍기 위해 아르헨티나 말고 또 어디를 갈 수 있겠나. 게다가 당시 ‘신작이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에 대한 이야기인지 아닌지’라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신물이 나 있었다. 그때 나는 ‘홍콩에서 가능한 한 멀리 가야 해, 세상 반대편으로 가서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어’라고 마음먹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가 홍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
- 아르헨티나는 홍콩에서 쉽게 갈 수 없는 공간이자 홍콩처럼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해피 투게더>는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모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로드무비를 촬영할 거다. 서커스 유랑단처럼. 그런데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우리는 그곳에서 세달을 보낼 거고, 그것이 우리 계획의 전부다. 이제 떠나자!”
- 빌딩도 많고 인구도 많고 공간이 좁은 홍콩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국토가 넓고 시야가 확 트인 곳이다. 아르헨티나를 처음 보았을 때 어땠나.
= 모든 거리, 골목, 심지어 냄새까지 홍콩과 다른 에너지를 가진 대도시였다. 그게 왠지 슬펐다. 사람들이 왜 이곳으로 망명하러 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전세계 모든 곳에서 너무나 먼 도시였고, 언제나 우울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걸으며 몇날 며칠을 보냈는데, 그렇게 한 것은 그곳을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 가게에 들러 ‘이거 얼마예요?’, ‘어떤 커피를 파나요?’, ‘어떤 담배를 피우나요?’ 그리고 ‘저쪽에는 고기가 얼마인가요?’ 같은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의 역사를 공부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게이 구역 대부분을 방문했다. 눈길을 끈 곳은 라보카(La Boca) 한곳뿐이었다. 아르헨티나의 항구에 있는 선원 마을이었다. 내가 찾던 색깔과 에너지가 있었다. 그곳은 홍콩을 떠올리게 했다(이곳은 <해피 투게더>에 등장하는 주요 공간 중 하나다.-편집자).
- 영화는 아휘와 보영의 강렬한 러브신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한 이유가 뭔가.
= 두 남자가 가장 가까울 때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 순간이 지나면 둘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러브신을 찍기 전 나는 양조위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실히 해야 했다. 두 남자의 러브신이 영화의 포인트를 만들 수도, 깨뜨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아휘와 보영, 두 남자가 가장 가까웠던 순간에서 시작해 극이 전개되면서 보영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지고, 서사의 축이 아휘쪽으로 기울어지는데.
= 촬영 시작 두달 뒤, 장국영이 “나 여기에 더 못 있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은 원래 계획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어들게 했다. 이 영화가 아휘 시각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사실을 그때 직감했다. 장국영이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에 언제 다시 아르헨티나로 올 수 있을지 논의했는데 장국영이 “저 여기 다시 못 와요. 이건 세계 일주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은 우리가 그의 파트를 줄여야만 하는 걸 의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홍콩영화 촬영장에서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난다.
배우는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고, 그 안에 모든 신을 촬영하고 돌려보내야 한다. 이 또한 완성된 시나리오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해피 투게더>는 완성된 시나리오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촬영했다. 장국영의 촬영이 있던 마지막 날, 나는 보영이 아휘가 자신을 떠난 사실을 알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이구아수폭포에서 그들의 사랑을 마무리할 사람이 양조위 혼자일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휘가 이구아수폭포에 가기 전 두 사람이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을 찾아내고, 관객에게 보여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