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틈틈이 계속 대화를 나누던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장항준 밥 먹고 농구만 하니까 촬영이 거듭될수록 배우들 실력도 계속 는다. 용산고 선수 역할 중에 실제 선수 출신도 있고 코치님도 현장에서 계속 배우들의 폼을 봐주니까 실력이 깜짝 놀랄 만큼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안재홍 오늘 문어 집에 갈까, 막창을 먹을까 먹는 얘기도 나누고. (웃음) 감독님에게 오늘 촬영의 연기 톤에 대해 많이 여쭤봤다. 마냥 치열하기만 할 것인지 오히려 담백하게 갈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감독님과 연기 취향이 잘 맞는다. 감독님과 내가 좋아하는 테이크가 똑같다.
장항준 실화 자체가 극성이 세다 보니 자칫하면 중후반에 감정을 강요하는 쥐어짜는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나나 안재홍씨나 제작자분 들이나 관객이 울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울지 말고 담백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오늘 촬영 회차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무엇이었나.
장항준 어찌 보면 이들은 마지막까지 온 거다.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경기 직전의 미소가 이 영화에서 마지막 미소가 될 것이고, 선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가 펼쳐진다. 체력이 바닥났는데 용산고에 맞춰 쫓아가다 보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전까지는 박수도 치고 선수들 별명도 부르는 여유가 있었다면 오늘은 진짜 전쟁처럼 해보자고, 결승전다운 속도감을 보여주자고 주문했다.
- 농구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장항준 연습 때부터 영상 콘티를 만들었는데 그때 경기 장면을 끊어서 가면 오히려 박진감이 없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컷을 나누는 순간 대역이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구 자체가 워낙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상대쪽 진영에서 골이 들어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테이크, 하나의 컷으로 합이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선수들이 연습을 열심히 했다. 실제 부산중앙고 선수들 중에는 농구를 처음 한 사람도 있는데,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합을 맞춰 결승전까지 왔다. 그래서 우리도 웬만하면 대역을 쓰지 않았다.
- 안재홍 배우가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을 이끄는 역할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안재홍 이끈다기보다는 함께 호흡한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리바운드>의 강양현은 앉아서 지시를 하거나 전략만 던져주는 코치가 아니라 같이 뛰고 같이 좋아하고 같이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임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관계도 그렇고 지도자보다는 맏형 같은 느낌이 더 크다.
- <리바운드>가 어떤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나.
안재홍 영화의 절반은 부산에서, 절반은 안동에서 찍고 있다. 이렇게 지방 촬영이 많은 현장은 쉽지 않다. 그런데 감독님도 PD님도 제작사 대표님도 서울에 거의 가지 않는다. 휴차 때도 지방에 머물면서 같이 밥 먹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리바운드>는 굉장히 진하게 함께한 여행 같은 시간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촬영이 끝나가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들 만큼 너무 행복한 현장이었다.
장항준 고등학생 때 무전여행을 갔다가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울고 웃다 보니 방학이 끝났는데, 그 시간이 너무 그리울 것 같은 현장이었다. 안재홍씨가 ‘리바운드 2022 썸머’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선물했는데, 그 글귀대로 2022년 여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