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열심의 진심 <해피메리엔딩>, 이동원, 성태, 신명성 인터뷰
2023-05-02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 원작인 동명의 웹툰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아 드라마화되었다. 세 배우는 <해피메리엔딩>과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었나.

성태 1차 오디션을 진행하고 2차 연락을 받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조금 있었다. 2차 오디션에서 명성이 형과 함께 들어간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잘될 거라는 확신이 크지 않았던 터라 연락을 받고 엄청 놀랐다.

신명성 성태랑 2차 오디션에 같이 들어갔을 때 원래는 ‘승준’과 ‘재현’의 대본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다다음 차례에 다시 ‘호연’으로 연기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대기실에서 성태와 리딩을 맞춰보고 오디션을 새로 본 뒤 최종적으로 호연 역을 맡게 됐다.

이동원 나는 오디션을 늦게 봤다. 민채연 감독님과의 첫 미팅에서 준비한 대본을 읽는데 오디션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승준의 주된 감정을 드러내는 파트나 긴 대사를 모두 연기했다. 축가자라는 승준의 설정에 따라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보여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 슬픔을 간직한 승준과 직진하는 재현, 무심한 듯 다정한 호연까지 로맨스 장르에 걸맞은 세 인물의 성격이 돋보인다. 각 인물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입하려 했나.

성태 사실 재현은 나와 많이 다르다. 나는 평소 정적이고 조용한 편인데 재현은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주는 역할이라 텐션이 높다. 그런 차이를 바탕으로 재현의 원래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신명성 호연이는 무심한 편이지만 승준의 곁에서 항상 응원하고 잘 챙겨준다. 일명 ‘츤데레’ 같은 기질이 있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어 호연과의 공통점이 편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동원과 오랜 친구 사이다.

이동원 10년 정도 알고 지낸 친구다. 명성이 ‘크나큰’ 멤버의 가장 친한 친구라 알게 됐는데 같은 작품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신명성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웃음) 그래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이동원 승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인물 분석표에 따라 공부했다. 기본적으로 승준이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가졌고,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에 어떤 전사가 있는지 분석적으로 이해하려 했다. 이런 과정 덕분에 승준을 표현하기가 조금 더 편했다.

이동원

- 특히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승준의 배경은 이동원 배우 본인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자신이 자연스레 투영된 부분이 있었을 텐데.

이동원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다. 승준이 맞닥뜨린 아이돌 지망생의 현실이나 어려움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오랜 연습생 생활로 자연스레 이해가 됐다. 중간에 승준이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다들 “동원이는 아이돌이니까 잘하겠지” 하더라. 사실 워낙 오랜만에 추는 거라 약간 부담감이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했다.

- 성태 배우는 <알고있지만,> <갯마을 차차차> 등 주로 로맨스물에 출연해왔고 신명성 배우는 <인간수업> <방과 후 전쟁활동> 등 장르물에 참여해왔다. 첫 BL(Boy′s Love) 장르물의 도전은 어떠했나.

성태 같은 로맨스지만 <알고있지만,>이나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조연으로 나왔다. 간간이 얼굴을 비추며 이야기를 채우는 것과 달리 <해피메리엔딩>에서는 주연으로 극 전체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야 했다. 그런 면에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앞섰다. 가만히 있는다고 불안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그럴수록 더 대본을 보거나 연기를 소화하면서 정면 돌파하려 했다.

신명성 <해피메리엔딩>에서는 전작보다 더 생활 연기가 부각됐다. 극적인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그래서 승준에게 말하는 호연의 눈빛이나 어투 등 비언어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려 했다. 말할 때 틱틱거림이 느껴지지만 눈빛엔 다정함과 따뜻함을 담았다. 다만 너무 진한 로맨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균형이 중요했다.

- 극 중 셋 모두 계속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다. 먼저 승준과 재현은 축가자와 반주자로 묶여 노래와 연주를 소화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동원 이 장면을 위해 성태와 같이 노래 녹음을 했다. 그런데 정말 어려웠다. 팀에서 보컬이 아닌 랩 파트를 맡고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게 약간 어색했다. 하지만 음악감독님의 섬세한 디렉팅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고, 나 또한 오랫동안 연습하며 최선을 다했다. 버스킹 장면은 평소에도 기타를 즐겨 쳐서 비교적 쉽게 촬영했다.

성태 반주자로서 피아노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피아노를 못 친다. (웃음) 그래서 한곡을 2주 동안 피아노 선생님께 매달려 배웠다. 악보도 읽을 줄 몰라 그냥 곡 전체를 통째로 외웠다. 노래 녹음은 음역대가 높아서 힘들었는데 예전에 가수 연습생을 한 경험 덕분인지 다행스럽게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동원 엄살이다. (웃음) 녹음할 때 음이 안 올라간다고 낮춰달라고 했는데 막상 하니까 그냥 올라가더라. 감독님이 잘하는데 왜 못하는 척하냐고 웃으셨다.

성태

- 두 배우가 음악과 함께할 때 신명성 배우는 물과 가까이 지냈다. 서핑 강사로서의 호연의 면모를 보여줘야 했는데.

신명성 물을 정말 무서워한다. 촬영 전에 서핑을 익히기 위해 배우러 다녔는데, 한번은 동원이랑 같이 갔다. 정작 물이 무서운 나도 금세 적응했는데 정말 너무 못하더라. (웃음) 서핑 강사라는 설정 때문에 노출이 꽤 있었고 한달 반가량 몸을 만드느라 바빴다. 중간에 날씨가 안 좋아서 촬영 일정이 조금 밀렸는데, 그때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살짝 예민해졌다. 오히려 물보다 이 과정이 더 무서웠던 것 같다.

- 스타일링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어떤 점을 강조하려 했나.

신명성 활동복과 트레이닝복으로 서핑 강사의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또 일시적으로 까맣게 보이려 스프레이 태닝도 더했다. 야외에서 일하는데 피부가 하야면 어색할 것 같았다. 촬영 시기가 9월 즈음이라 물에 빠지면 꽤 추웠다. 그래서 최대한 안 빠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웃음)

성태 재현은 밝고 댄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중요해서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대체적으로 깔끔한 의상을 입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반주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모습이지 않나. 그런 의외의 자유로움도 함께 드러내려고 했다.

이동원 승준이는 차분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노 톤의 옷을 많이 입는다. 타인과 섞이고 싶지 않은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수의 꿈을 이뤘을 땐 헤어나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더 화려해 보이도록 했다. 그 기점의 변화가 중요했다.

- BL 장르는 특성상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감정적 고조와 변화는 어떻게 담아내려 했나.

이동원 승준이는 재현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액션보다 리액션에 집중된 인물이다. 처음엔 재현의 관심이 불편했다가 조금씩 궁금해하고 나중엔 마음의 문을 연다. 이러한 감정의 굴곡을 반영해가면서 상황에 몰입하려 했다. 기본적인 관계 설정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그대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성태 사실 재현은 ‘금사빠’ 캐릭터이긴 하다. 승준이를 만나기 전부터 다른 사람을 가볍게 만나고 금세 헤어지기도 했으니까. 다만 승준이 가진 독특함과 특별함에 끌리면서 그의 반응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무엇보다 외적으로는 같은 남자더라도 사랑에 빠지는 데 큰 이유가 필요 없는, 여느 연애처럼 동일한 감정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려 했다.

- 인터뷰를 나누는 지금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실제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모두 또래라 금세 친해졌을 듯한데.

이동원 명성이와는 오랜 친구고 성태는 둘이 붙는 장면이 많아서 촬영 전부터 친해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성태 돈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웃음) 형들이 정말 많이 사줬다. 그중 최고는 역시 (SS501 출신) 김규종 선배. 이번에 아이돌 소속사 대표 주원 역을 맡으셨다.

이동원 저희에겐 대선배이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밖에서 자주 만나고 워낙 편하게 대해줘서 이제는 정말 가까워졌다. 촬영할 때에도 같이 감정적으로 맞붙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편하게 임할 수 있는지 계속 의견을 물어보며 배려해주셨다. 워낙 섬세하고 다정하다.

성태 우리 모두 규종 선배의 팬이다. 이 말 꼭 써달라!

신명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에도 하트를 꼭 넣어주신다. 스위트, 그 자체다.

- 김규종 배우가 맡은 악역도 3인의 관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사람, 적극적으로 맞서는 사람, 피해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위로하는 사람으로서 주요 관계가 드러난다.

성태 규종 선배는 현장에서 미리 동선을 계산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몸을 부딪혀 싸우는 장면이라 상대역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듯하다. 사실 주원은 승준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 재현이 전면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촬영 과정에서 이런 감정적 갈등을 나타내는 데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참조했다.

이동원 승준이는 주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감정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규종 선배는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자신이 얼마만큼 분노해야 적절한지 고민했다. 극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데 필요한 분노의 개연성을 고심한 듯했다. 워낙 섬세한 사람이라 전체 그림까지도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신명성

- 원작 웹툰 <해피메리엔딩>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원작이 있는 게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원작은 어떻게 보았나.

이동원 일부러 보지 않았다. 좀더 승준을 나답게 보여주고 싶었고 시리즈화되면서 각색된 부분들도 유연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안에 갇히지 않으려 했다.

신명성 비슷한 이유에서 보지 않았다. 조금 더 내 안의 창작성을 반영하고 싶었다. 원작보다는 대본을 더 꼼꼼히 보면서 호연의 면면을 참고하려 했다.

성태 나는 초반까지만 보았다. 원작 속 재현의 분위기와 느낌을 참고하려 했다. 이런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맞춰나가면서 조율점을 찾았다. 재현의 무드를 알 수 있어 초반 톤을 잡는 데 도움을 받았다.

- 최근 1년 사이에 BL이 하나의 대중 장르로 떠올랐다. <해피메리엔딩>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성태 서로의 결핍과 아픔을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이야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희망과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해피 엔딩을 원하니까. 또 그 과정에 악역의 개입과 늘 곁에 존재하는 호연 같은 친구가 재미를 더해주지 않을까.

이동원 <해피메리엔딩>은 수월한 방식으로 행복을 얻어내지 않는다. 굴곡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벗어나려는 한 사람의 성장물로 보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사랑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

성태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지만 작품을 통해 담백하고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사랑을 통한 뭉클한 감정도 잘 담겨 있다. 또 계절적으로도 잘 맞아서 봄에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동원 | 승준 역

▶아이돌 ‘크나큰’의 리드래퍼 이동원의 첫 웹드라마 작품이다. 결혼식 축가자이자 보컬 트레이너인 승준은 작곡과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과거 아이돌 연습생을 준비하면서 소속사 대표 주원(김규종)에게 큰 상처를 입고 세상 모든 것에 방어적인 태도를 지닌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직진하는 재현이 낯설지만 어쩐지 그가 궁금하기도 하다. 세상만사를 경계하던 승준의 감미로운 축가 장면이 관전 포인트다.

성태 | 재현 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속 아이돌 ‘D.O.S’의 메인래퍼 준 역을 선보였던 성태는 <해피메리엔딩>에서 카페 운영을 하며 결혼식 반주자로 활동하는 재현으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가벼운 만남을 즐겨왔지만 어쩐지 승준 앞에선 신중하고 진지해지고 마는 갭이 매력적이다. 승준을 향한 저돌적인 태도와 망설임 없는 고백이 설렘을 유발한다.

신명성 | 호연 역

▶드라마 <인간수업> <성스러운 아이돌> <방과 후 전쟁활동> 등 장르물로 이력을 쌓아온 신명성은 승준의 오랜 친구 호연을 맡았다. 내향적이고 조용한 승준과 달리 쾌활하고 유쾌한 성격을 지녔다. 서핑 강사로 인기가 많으며 승준에게 틱틱대지만 행동과 눈빛은 그 누구보다 다정하다. 알 듯 말 듯한 호연의 미묘한 감정 연기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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