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이 트위터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트위터 계정(@cine21_editor)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 토크룸 시작 전, 비 갠 후 포스터를 촬영한 추억을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스프린터>팀.
그들 각자의 달리기
동이 틀 때쯤, 잠든 가족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는 사람. 혼자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몸을 풀더니 연이어 달리는 이의 루틴. 데뷔작 <수색역> 이후 여러 작업을 거치며 방향을 잃어버린 듯했다는 최승연 감독은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가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성실하게 고집스러운 그 얼굴은 과거의 영광을 놓지 못하는 30대 육상 선수 현수(박성일)의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스프린터>의 시나리오는 그런 현수 뒤로 지금 1등에 가까워지는 중인 루키들의 이야기를 붙임으로써 완성되었다.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할 수 있어요.” 현수를 연기한 배우 박성일은 자신의 배역을 냉정하게 소개한 데 반해 고등부 유망주 준서 역의 임지호 배우는 이 영화를 이렇게 홍보했다. “누구나 초등학생 때 50m 달리기를 해본 기억이 있잖아요. 오랜만에 출발선에 서보는 설렘을 극장에서 느껴보세요!” 토크룸에 함께한 최승연 감독을 비롯해 박성일, 공민정, 전신환, 최준혁 배우가 박수로 호응했다.
- 코치를 연기한 두 배우. 실제로 달리는 장면이 없어서 고생이 덜하리라 예상했으나 기초 훈련을 받았다고.
조력자의 마음가짐
스프린터들 곁에는 러닝메이트가 있다. 현수의 아내이자 헬스 트레이너인 지현의 속내는 배우 공민정 덕에 깊어졌다. “그저 그런 조력자로 남기 싫었던” 그는 물었다. “왜 이 캐릭터만 갈등과 욕망이 없지?” 인물에 입체감을 더한 그의 연기를 작품으로 확인한 박성일 배우는 외쳤다고. “공민정 추천하길 잘했다!” 각각 고등학교 코치 지완, 실업계 코치 형욱으로 분한 전신환, 최준혁 배우도 귀를 기울이며 배역에 접근했다. 전신환은 실제 육상 지도자들에게 “육상계 현실부터 아시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느끼는 신체적 차이까지” 들었고, 최준혁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결국 다른 분야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꿈의 의미를 곱씹었다. 재밌는 건 영화 속 모든 선수 및 선수 출신 캐릭터가 100m 단거리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하나의 경기에 모인다는 것. 최승연 감독은 “훈련장이 곧 직장이고 학교인 그들에게 당연히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배우들에게 손만 까딱하는 식으로 아는 체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 다른 배역으로 기나긴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고등부 에이스 준서 역에 낙점된 임지호 배우.
10초 아닌 10초를 위해
<스프린터>의 스토리를 미리 상상해보는 대화가 이어졌다. ‘라스트 댄스’라는 키워드 아래 현수의 그림자를 겹쳐본 두 배우는 말했다. “저도 배우로 일하며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현수를 통해 제 삶을 연기한 것 같기도 한데,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죠.”(박성일) “저도 제가 현수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일을 그만두려고 냉정하게 고민한 적도 있고요. 잘 쉬어보고 싶어서 혼자 배낭여행을 하고,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봤어요. 그게 나를 찾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 됐어요.”(전신환) 단거리 육상 시합이 10초 내외로 판가름나듯, 한순간에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이들을 향한 공민정의 조언이 뒤를 이었다. “저도 오디션을 볼 때 그랬어요. 그냥 내 모습 그대로, 하던 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전의 날이라고 특별한 거 하지 마세요!” 박성일 배우가 거들었다. “10초가 10초가 아닐 거예요. 누군가의 20년, 10년이 담겨 있으니까요. 내가 살아온 만큼 표현하길 바라요.”(박성일)
-“(공)민정씨가 있으면 영화의 무게감이 잡힐 것 같았어요.” 아내 지현 역에 공민정 배우를 추천한 건 박성일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