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유니버스가 돌아왔다. 금천경찰서 강력반을 떠나 광역수사대로 향한 마석도(마동석)는 유흥가에 다량의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범죄도시> 세 번째 시리즈에서도 마석도 고유의 과감한 액션과 타격감 높은 주먹은 압도감을 높이고 어느 누구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는 기세는 쾌감을 선사한다. <범죄도시3>는 프랜차이즈가 보장할 수 있는 안정성을 박차고 새로운 변화를 도모했다.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등 서울 광역수사대 형사로 합류한 배우들은 능청스러운 호흡을 자랑하고, 전석호, 고규필은 살가운 감초로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번엔 빌런도 둘이다. “왜? 경찰은 죽이면 안돼?”라고 무표정으로 말하는 주성철(이준혁)의 잔혹함이,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인질의 말에도 살인을 불사하는 리키(아오키 무네타카)의 무자비함이 극의 중압감을 무한대로 올린다.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 두 엔진을 장착한 <범죄도시3>는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뺐을까.
어느 평범한 오후, 마석도는 한 여성이 호텔에서 추락한 사건을 맡게 된다. 사망 원인은 예상외로 치사량을 훌쩍 넘긴 마약 투약. 피해자가 사망 이후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광역수사대의 본격적인 마약 탐지가 시작된다. <범죄도시3>는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일종의 클리셰처럼 다뤄온 유흥가의 폭행이나 여성 범죄 등 피해 사실을 상세하게 전시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략에 가깝다. 마약 범죄의 온상을 낱낱이 보여주며 발빠른 추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보다, 마약범은 응당 체포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덕에 이야기는 지지부진한 곁가지를 쳐내고 빠른 속도로 빌런의 행보를 따라잡는다. 동시에 영화는 많은 여성을 함께 생략했다.
러닝타임 105분 동안 클럽과 바에 스쳐 지나가는 단역 여성을 제외하면 관객은 중국의 큰손이라 불리는 마약 밀수업자 회장을 비롯하여 사이버 클럽 입장과 일본어 통역을 도와준 직원까지 단 두명의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두 여성에게 역할은 주었지만 이름은 주지 않았고, 직업은 주었지만 전문성은 주지 않았다. 주성철과 마석도의 질주 앞에서 이들은 관객 뒤로 조용히 잠적할 뿐이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여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 광역수사대나 인천 북부경찰서에도 여성 경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범죄 스릴러에서 피해자의 형태가 아닌 이상 여성의 존재를 상상할 수 없는 한계에 가로막힌다.
“누가 5야?” 전편에서 돈가방을 들고 시내 버스로 도주하던 강해상(손석구)이 현금을 5 대 5로 나눠 갖자는 제안을 하자 마석도가 답한 말이다. 한동안 관객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진 이 말은 엉뚱한 말을 내뱉고도 홀로 태연한 마석도의 태도로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범죄도시3>는 이러한 고유의 코미디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실없는 말에 어느새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일상적인 언어유희를 활용한 희극은 범죄오락 프랜차이즈 주인공에게 더 선명한 캐릭터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밈과 클립 영상이 흥행가도의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웃음 집약적인 장면은 그 중요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액션과 활극이 펼쳐지는 진중한 분위기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농담은 예기치 못하게 긴장감을 풀어버리기도 한다. 광역수사대 팀원들이 히로시의 집을 들이닥친 장면은 강력반이 (말로만 듣던) 마약의 온상지를 처음으로 발견하는 중대한 순간이지만 장태수 반장(이범수)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으로 난투극의 무게는 일순간 가벼워진다.
빌런의 변화는 어떨까. 서늘할 만큼 무표정한 얼굴로 폭력을 가하는 주성철과 대갚음을 위해서라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리키. 두 빌런은 비뚤어진 욕망 사이에서 마석도와 삼각 구도를 이룬다. 여느 스릴러 문법과 다르게 두 빌런이 주인공을 대적하기 위해 합심하거나 공모하지 않고 또 다른 대립각을 세운다는 점에서 <범죄도시3>는 서사적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마석도의 관점을 따라가는 관객 입장에서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공격당할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떻게든 돈을 차지하겠다는 주성철과 그를 응징하려는 리키는 마약을 둘러싼 목표가 더욱 뚜렷해지자 각자의 방행대로 폭주한다. 하지만 각 인물이 서로를 경계하느라 이야기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폭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 지역을 자기만의 사회로 구축한 1편의 빌런 장첸(윤계상)과 길거리에서 순경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한 2편의 빌런 강해상은 분노에 눈이 멀어 다음 상황을 생각지도 않는, 생각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극도의 잔악함을 보였다. 폭력의 정도가 영화의 재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로 연속된 특성상 이전 빌런의 강렬함이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느 기점 이후로는 마약을 숨기고 쫓는, 직선형 추리극에 가까워지면서 범죄 스릴러의 매력이 잠시 비틀거리기도 한다. 어느덧 유일무이한 인물이 되어버린 마석도가 지나가는 자리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인기 프랜차이즈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계속해서 <범죄도시3> 기획기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