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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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는 세명의 인물,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는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1951년의 로라(줄리앤 무어), 그리고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클라리사(메릴 스트리프)가 통과하는 세개의 시간을 다룬다. 각각의 시간을 넘나드는 편집은 유려하다. 세명의 중산층 여성들이 겪는 우울이 작품을 이끄는 모티브지만, 영화는 그것에 취해 있기보다 그 우울의 감정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켜보게 만든다. 여기에 빗금처럼 그어지며 시간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선은 나이브한 것일지라도 지지하고 싶은 선의임에 틀림없다.
<블루 벨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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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의 몽타주 시퀀스에서부터 <블루 벨벳>이 목표로 하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중산층 가정들의 보금자리인 교외의 나른한 풍경이 햇빛 아래 밝게 펼쳐지는 가운데 잔디에 물을 주던 한 남자가 쓰러진다. 남자가 쓰러진 잔디 밑에는 검은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적대적이고 이질적인 것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이상한 세상’은 데이비드 린치에게 그의 영화가 자리할 수 있는 사이의 공간을 제공한다. 쓰러진 남자의 아들인 제프리(카일 매클라클런)가 발견하는, 마을의 한적한 공터 잔디밭에 떨어져 있는 잘린 사람의 귀는 그 공간으로의 진입을 위한 열쇠다.
<고독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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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인의 사랑이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영화 <고독한 영혼>에서 이 외로움은 파국에 수반되는 감정일 뿐 아니라, 그 파국을 예비하도록 만드는 의심의 조건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알코올중독에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시나리오작가 딕슨(험프리 보가트)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그의 위태로운 행동으로 인해 맞닥뜨리게 되는 로렐(글로리아 그레이엄)의 의심은 영화의 정서를 형성한다. 여기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닿을 수 없는 어떤 영역을 감지하게 만드는 외로움의 감정이 이 영화다.
<가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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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은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그와 관련한 여러 상황을 조작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 ‘가스라이팅’에서 유래된 영화다. 폴라(잉그리드 버그먼)의 유산을 노리고 접근한 그레고리(샤를 부아예)는 결혼 직후부터 속임수를 써가며 폴라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폴라는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레고리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혼과 함께 10년 전 자신을 키우던 이모가 살해당한 집으로 돌아온 폴라는, 행복한 결혼 생활로 지울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끔찍한 기억을 짊어지고 다시 그 집에 갇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