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작지만 큰 영화
2023-07-14
글 : 이주현

7~8월 극장가는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앞다퉈 경쟁하는 여름 대목이다. 올해도 저마다 압도적 재미를 자신하는 영화들이 개봉일을 확정 짓고 출격 준비를 마쳤다. 시리즈 통틀어 역대급 재미를 선사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7월12일 개봉했고, 7월19일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가 하이힐을 벗은 바비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7월26일엔 밀수판에 뛰어든 해녀들의 이야기인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개봉하고, 8월2일엔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우주로 스케일을 넓힌 <더 문>과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만든 실종 외교관 구출 작전 <비공식작전>이 나란히 개봉한다. 8월9일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디스토피아 재난물 <콘크리트 유토피아>, 8월15일엔 크리스토퍼 놀런의 <오펜하이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이 이는 대작들이다.

매주 ‘큰’ 영화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작은’ 영화 한편을 만났다. 제목에서부터 소박함이 느껴지는 <작은정원>이라는 다큐멘터리다. <작은정원>엔 유명 감독도, 배우도 없다. 기승전결의 탄탄한 서사도 없다. 대신 건강하고 아름답고 열렬히 응원하고 싶은 삶이 있다. 강원도 강릉 명주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평균 나이 75살 할머니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할머니들은 ‘작은정원’이라는 모임을 통해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다. 헤드폰을 끼고 무전기를 들고 카메라 모니터를 바라보며 ‘롤링, 액션, 컷’을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신나고 뭉클하다. 극영화를 배운 뒤 다큐멘터리를 실습하는 과정에선 브이로그를 찍듯 셀카 모드에도 차츰 익숙해진다. 아마추어 티가 폴폴 나지만 초보자들의 어설픔과 생동성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엔 내 얼굴이 너무 늙은이 같아서 못 보겠다 싶었는데 자꾸 보니 이 얼굴이 익숙해져.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날 받아들이게 된 것이 좋았어요.”(김희자) “선생님들 말을 듣고 조금씩 고쳐나가는데 어느새 내가 발전하고 있더라고요. 나이 들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 아닌가요.”(문춘희) “나는 참 많이 변했어요. 영화 하면서.”(김혜숙) 이번주 <씨네21>은 <작은정원>의 주인공들 중 문춘희, 김희자, 김혜숙, 최순남 ‘언니’를 만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삶’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작은정원>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김숙련 할머니가 세찬 장맛비가 내린 다음날 화단의 꽃을 찍으며 꽃에 말을 거는 장면이다. “백일홍아, 심하게 비가 왔는데 이렇게 싱싱하게 컸구나. 얼마나 밤새 시달렸니. 예쁘게 피어줘서 고맙다. 어떻게 이렇게 견뎠지? 그 심한 비에도. 네가 힘들었겠다.” 아름다움을 찾아내 아름답다 말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문득 엄마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싶어졌다. 엄마가 가꿔온 삶의 정원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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