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라이징 스타로 <씨네21>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21년 <스위트홈> 당시 송강, 이도현, 고민시와 함께 커버를 장식했다. 그리고 <셀러브리티>로 첫 단독 커버 모델이 됐다.
= 데뷔 초에는 <씨네21>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게 꿈이자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스위트홈> 때 친구들과 함께 표지에 나오게 돼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이렇게 단독으로 커버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너무 좋다.
- 박규영은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서 넷플릭스 시리즈 원톱 주연에까지 이른 배우처럼 보인다. <셀러브리티>라는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차근차근’이라고 표현해주신 게 정말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름의 경험을 계속 쌓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의 1롤 주인공으로 대본을 받았을 때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원래 할 수 있는 것보다 좀더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감독님의 연출과 작가님의 글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들은 몰라줘도 스스로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연예인은 SNS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하는 직업이다. <셀러브리티>가 다루는 세계와 현실을 철저하게 분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 내 직업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작품 속 캐릭터로 존재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허들이 있지는 않았다. <셀러브리티>는 아리를 포함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의미가 왜곡되거나 내가 섣불리 판단하는 부분은 없게끔 조언을 많이 구하면서 연기했다. 이렇게 작품에 대해 연기자 박규영으로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이후에는 조금 어려웠다. <셀러브리티>가 아리를 통해 전달하는 어떤 메시지는 분명히 있는데, 이에 대한 박규영의 생각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래서 SNS에 대한 세상의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이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대답하자고 혼자 정리했다.
- 인플루언서가 되기 전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던 서아리, 고등학교 동창 민혜(전효성)와 만난 후 우연찮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의 서아리,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서아리를 모두 다르게 연기해야 했다.
= 아리가 마주하는 대상들에 대한 태도와 상황 변화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뒤로 갈수록 아리는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커진다. 마지막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확고해져서 이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자세까지 취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좀더 어둡다거나 밝다거나 셀러브리티처럼 보인다거나 하는 미세한 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전체 맥락을 관통하는 것은 내재된 자신감이었다.
- 부모의 사업이 망한 이후 서아리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의 영역에 남겨둬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동안 서아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 서아리의 성격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분명 아리도 주눅 든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단단한 것을 가졌다가 한순간에 잃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처절하게 고통받고 그 안에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고. 그다음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하게 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내려는 과정에서 아리의 생존 본능이 생겼다. 지금 아리가 온전히 자기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아리에겐 궁지에 내몰렸을 때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 수년에 걸쳐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얻은 인플루언서들과 달리 서아리는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인다. 전자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성공 법칙 같은 것에 익숙한 커뮤니티의 일원이지만 서아리는 그렇지 않다. 당연히 타고난 성격부터 보이는 애티튜드까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SNS를 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왠지 팔로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서아리에게는 돋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눈에 띄는 매력이 있다.
= 나도 자기 것이 분명한 사람들, 왠지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면 혼자 보는 계정으로 팔로잉을 한다. (웃음) 요즘 무엇이 인기가 많다며 거기에 휩쓸려 따라가기보다는 자기 것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리에게도 분명한 자기 것이 있었다. 그것을 외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 레고 머리였다. 거기에 시대적 맥락과 상황이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이른바 우주의 기운이 쏠리고,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다.
-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네버 렛 미 고> <드라이브> 등 케리 멀리건의 출연작을 특히 많이 올렸더라.
=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던 배우다. 특히 <네버 렛 미 고>는 몇년 전부터 N회차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 다시 봤을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또 올린 것이다. 멀리건은 얼굴은 아기 같은데 그 안에 단단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보는 사람이 집중하게 된다. <위대한 캐츠비>의 배즈 루어먼 감독이 “케리 멀리건은 보호해주고 싶은 강박이 드는 배우”라고 캐스팅 일화를 전한 적이 있는데, 그 말도 너무 좋았다.
- <스위트홈> <셀러브리티> 그리고 출연이 예고된 <오징어 게임> 시즌2까지 넷플릭스 시리즈에 많이 출연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해외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본 이들이 많았고. 전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 받는 작품에 출연한 셈이다.
= 내가 꾸준히 작품하던 시기에 마침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등 시기가 잘 맞물려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더 많은 감독, 작가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됐고, 배우 입장에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얻었다. ‘감사하다’는 말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앞서 언급한 대표작들 외에도 박규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꾸준히 작품을 하던 배우였다. 그동안 성취감이나 좌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듯한데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 수많은 업 앤드 다운의 시간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가급적 다른 생각은 버리고 당장 눈앞에 놓인 작품과 캐릭터만 고민한다. 그것이 내가 크게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엇나가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계속 나를 트레이닝하니까 가능해지더라. 연기는 재미로만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더 잘하고 싶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 때문에 받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현장 스탭과 회사 사람들, 팬들의 사랑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 <오늘도 사랑스럽개> <스위트홈>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 작품마다 캐릭터도 장르도 모두 다르다. <오늘도 사랑스럽개>에서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로 나온다. 실수로 키스를 하게 된 남자와 다시 입을 맞춰야만 저주를 풀 수 있는데, 하필 그 남자는 개 공포증이 있다. <스위트홈> 시즌2는 전편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캐릭터도 다양해졌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워낙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작품이니 이번 작품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들 작품까지 공개되고 나면, 지금도 엄청난 라이징 스타지만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박규영을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많이 들뜰 수도 있는 시기인데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 캐스팅을 축하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마음이 들뜨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망가진다. 그건 내 철칙이다. 다른 것을 자꾸 생각하면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