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바다를 낀 군천 지역의 해녀들은 근방에 들어선 화학공장으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자 해산물 채취만으로 생계가 곤란해진다. 브로커 삼촌(김원해)은 이들에게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내기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건넨다.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을 필두로 한 군천의 해녀들은 밀수 운반 범죄에 가담하고, 이로 인해 잠시 호황을 누린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밀수품을 건지는 데 여념 없던 해녀들의 작업 현장을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이 급습한다. 체포가 이루어지던 날 진숙의 가족들은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고, 춘자는 배에서 몰래 탈출해 종적을 감춘다. 2년 후, 춘자는 서울에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 함께 밀수판을 점령하러 다시 군천에 내려온다. 징역살이 후 처지가 곤궁해진 진숙은 해녀들을 배신한 춘자의 귀환이 달갑지 않지만 밀수판에 재합류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몇년 새 군천의 순박한 청년에서 해운사업가가 된 장도리(박정민)와 다방 막내에서 주인 자리까지 꿰찬 고옥분(고민시)도 이 밀수판에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뛰어든다.
<모가디슈>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제로 벌어진 남북 외교관들의 합동 탈출을 소재로 한 <모가디슈>처럼, <밀수> 또한 작중 배경인 1970년대 대한민국에 실제 성행했던 밀수 범죄를 소재로 한다. <밀수>는 다양한 장치를 동원해 1970년대를 영화 속으로 들여온다. 당시 유행하던 펄 시스터즈, 김트리오, 박경희 등의 노래를 영화에 적극적으로 삽입하고,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1970년대의 풍경을 고증한다. <밀수>의 활력은 몇몇 액션 시퀀스가 책임진다.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흐르는 동안 벌어지는 호텔 내 긴 액션 시퀀스와 영화 후반부 바다 위와 아래에서 벌어지는 수중 액션은 <밀수>의 생생함에 강한 방점을 찍는다. 작중 웃음 포인트를 놀랍도록 살리며 장면 전체를 장악하는 고민시의 연기와, 정신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중에도 이따금 강한 무게감을 주며 버티는 염정아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