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러쉬 업 라이프>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
시청 공무원 아사미는 두달에 한번쯤 만나 수다를 떠는 친구들과 헤어진 뒤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을 뜨고 마주한, 사면이 흰색인 공간은 이승도 저승도 아니다. 여기서 사무를 보는 듯 책상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말한다. 사는 동안 쌓은 덕이 부족해 다음 생은 개미핥기로 태어나야 하는데, 내키지 않으면 같은 삶을 반복할 수 있다고. 주저하던 아사미는 인생 2회차를 선택한다. 작품은 인생 N회차 라는 용어의 쓰임에 편승한 타임 리프물이다. 시간 여행 탐구보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임을 강조한다. 안도 사쿠라의 노련한 연기만으로도 감상 가치가 있다.
<프롬 시즌1, 2>
티빙 ▶▶▶
짐(에이온 베일리)의 가족이 탄 캠핑카가 쓰러진 나무를 피하려다 한 마을로 흘러들어간다. 그곳 사람들은 평범한 듯 보여도 무언가 숨기는 것 같다. 짐은 찝찝함을 뒤로하고 마을을 떠나려 하지만 같은 자리를 맴돈다. 그러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 직전 풀숲에 빠져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무시무시한 비밀을 접한다. 그건 밤마다 사람의 형체를 한 존재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결코 뛰는 일 없이 조용히 걸어와 부적을 달지 않은 집에 들이닥쳐 사람을 해친다는 것. 작품은 숲속 존재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미스터리를 중첩하면서 관객의 주의를 계속해서 잡아둔다.
<업그레이드>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 Apple TV+ 외 ▶▶▶
자동차 정비기사 그레이(로건 마셜 그린)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전신이 마비되는 부상을 입고 아내마저 잃는다. IT 기업 회장이자 그레이의 고객인 에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치료 방법으로 인공 지능 두뇌 이식을 제안한다. 인공지능 덕에 마비가 풀리는 걸 넘어서 초능력에 버금가는 신체 능력을 얻게 된 그레이는 그길로 죽은 아내의 복수에 나선다. <로보캅> <토탈리콜> 등 사이보그 영화의 후신 격인 작품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액션의 모범 사례로 보인다. 또 액션 카메라가 지핀 1인칭 시점숏 유행의 흐름 안에 있기도 한데, 호러 명가 블룸하우 스가 처음 내놓은 SF 액션이라는 사실이 뜻밖이다.
<립반윙클의 신부>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키리에의 노래>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앞서 맞이하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 하나를 추천한다. 영화는 임시직 교사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나나미가 이혼한 뒤 여성 AV배우 마시로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의 세계에서 나타난 주요 모티브인 두 여성의 존재가 반복되고,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도 여전하다. 가상공간 속 인간관계의 가벼움을 말하는 동시에 때로는 이같은 인연이 전형적인 관계보다 더 끈끈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한 건, 그가 지속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이력을 반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