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저작권법은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가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한국의 OTT사는 재상영분배금을 일절 지급하지 않는다던데.
=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창작자와 제작진이 매절 계약(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한번에 지급하고 향후 저작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독점하는 계약 형태)으로 체결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지상파에서 상영될 경우 재방송료가 지급되는 반면 대한민국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재상영분배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전세계 작가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보상 체계가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이다. 실제 사용량에 비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공정한 것 아닌가. 그런데 OTT 업계는 디지털 전산망으로 사용량을 집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전 인기를 예측해 창작자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것 이외의 어떤 후속 보상도 지급하지 않는다.
1980년대 김수현 작가가 방송작가협회장으로 있던 시절 방송국과 직접 담판을 지었다. 영상물에 관한 권리와 그것을 본방송으로 내보내는 플랫폼으로서의 권리는 방송국이 지니더라도, 재방송과 케이블 방송국 송출을 포함한 작가의 어문 저작물 활용에 관한 권리는 창작자에게 귀속해야 한다고. 한동안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이 지켜지고 있었고 이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OTT 업계는 무조건 매절 계약 체계만 고집하는 중이다. 지금은 대형 OTT가 대세지 않나.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창작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저작권법의 개정밖에 없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에선 2019년 저작권법을 개정하며 OTT 또한 정당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작가들에게 지급할 것을 명문화했는데 한국은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법에 특약이 있다 한들 제작사로부터 특약을 고수할 수 있는 이름난 창작진이 얼마나 되겠나.
-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처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을 포함해 한국 창작자 조합이 부당한 보상 체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없나.
= 미국작가조합과 우리는 법적 위치가 다르다. 미국의 저작권법은 제작비를 댄 사람을 저자로 인정한다. 즉 미국에선 제아무리 작가가 글을 써도 제작사가 돈을 내면 제작사가 저자다. 이같은 법 체계에서 미국의 작가와 감독, 배우는 제작사 산하의 근로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정식으로 노동조합을 만들며 사측과의 협상을 통한 권리 쟁취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과 유럽의 저작권법은 작품을 쓴 사람을 저자로 인정한다. 한국의 작가들은 자영업자로 취급받는데 문제는 공정경쟁법에 의하면 자영업자끼리의 담합은 불법행위다. 그래서 비빌 언덕이 법밖에 없다.
-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2018년 미국작가조합이 소속된 국제작가조합연맹에 가입한 후 꾸준히 미국작가조합과 교류 중이다. 이번 파업이 한국 단체들에 던지는 쟁점은 무엇인가.
= 한국의 창작자들 또한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원한다. 미국작가조합의 파업과 그들의 요구사항을 보며 한국의 창작진이 헛것을 꿈꾼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와 이들의 요구사항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세계적 흐름으로부터 도태되지 않으려면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도 시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