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공간들을 투어 장소로 택한 이유는.
= 부산에도 무난한 멜로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예쁘고 도시적인 장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곳들만 모아놓으면 SNS에 떠도는 관광 사진들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년 넘게 비슷한 기획을 펼쳐온 부산영상위원회의 데이터베이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일반적으론 접근할 수 없는 오지나 제한구역을 작가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일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 이전에 진행했던 팸투어 기획과 다른 점이 있다면.
= 영상 업계 관계자나 영화·시리즈 감독들이 로케이션 헌팅 목적으로 팸투어에 참여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번처럼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는 흔치 않다. 처음엔 각 전공에 따라 스릴러, 로맨스 등으로 투어 일정을 분류하는 방식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을 한정하는 쪽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당장 지금이 아닐지라도 차후 집필할 작품에도 부산의 모습이 장기적으로 스며들면 좋겠다.
- 부산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스며들길 바라나.
= 예전에 최동훈 감독에게 창작 공간 등을 지원했을 땐 딱히 조건부 계약이 없었음에도 <도둑들>에 부산 로케이션이 쓰이더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 입주했던 웹툰 <한림체육관>의 작가는 작품 속에 부산의 풍경을 그렸다.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요구가 아닐지라도 자연스레 부산의 저변을 키운 좋은 예시다.
- 팸투어 외에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도 궁금하다.= 현직 부산 해양경찰들을 초청해 미제 사건을 알려주는 등의 기획을 구상하고, 오펜과 협업해 오펜 김지일 센터장과 이혜영 스튜디오드래곤 프로듀서의 강연을 개최하는 등 지역 창작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열고 있다. 수도권 창작 인력들을 부산 지역의 제작사나 창작 사업에 연결하는 작업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오펜 출신 작가 2명과 부산 지역 작가 2명이 함께 진행 중인 스토리 공동창작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 교육이나 창작 사업 외에도 주시할 분야가 있다면.
= 꼭 거창한 업무 협약 같은 게 아닐지라도, 1일차 밤의 네트워킹 자리처럼 수도권과 지역간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권 인력도 공모전 당선이나 입봉 후에 바로바로 차기작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역을 넘어 넓은 관점에서 이런 결핍들을 채우고 창작의 선순환 구조를 다지고 싶다.
- 이번 팸투어 결과엔 만족하는지.
= 사실 작가님들의 표정을 잘 못 읽겠다. (웃음) 20명이 넘다 보니 한명 한명 세세히 챙겨 보기 어려운 감도 있다. 언제나 프로그램 진행 후엔 만족도 조사를 한다. 조사 결과를 잘 참고해서 다음에도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