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함께 제61회 뉴욕영화제가 열렸다. 9월29일부터 10월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있는 것으로는, 시간당 최고 76mm ~152mm가량 쏟아진 폭우다. 도로 침수는 물론 일부 지역에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거나 심한 정체를 겪었고, 공항 터미널도 일부 폐쇄됐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같은 악천후에도 뉴욕영화제의 페스티벌 패스와 예매율은 지난해에 비해 50%나 상승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2022년 영화제 역시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결과를 얻었던 터라 더욱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친근한 감독들 역시 뉴욕영화제에 귀환했다. 오프닝 작품은 내털리 포트먼, 줄리앤 무어 등이 출연하는 토드 헤인스 감독의 <메이 디셈버>다. <프리실라>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히트맨>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의 앤드루 헤이그 감독, 폐막작인 <페라리>의 마이클 만 감독 등도 만날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은 <우리의 하루>와 <물안에서> 등 신작 2편으로 참여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뉴욕영화제에 초청된 홍 감독의 작품은 총 21편이 되었다. 또 장률 감독의 <백탑지광>,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등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계의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4시간짜리 신작 <메뉴의 즐거움-트와그로 가족>, 라두 주데 감독의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 등도 큰 관심을 끌었다.한편 코로나19 이후 뉴욕영화제를 찾는 젊은 관객들이 늘어나는 데에 영화제 관계자들조차 놀라고 있다. 본래 뉴욕영화제는 유럽영화를 좋아하는 부유한 중장년층 뉴요커들이 페스티벌 패스를 미리 구입해, 일반 관객들은 물론 학생들은 근접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나이 있는 시네필들이 영화제를 한동안 찾지 않자 영화과 학생들이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 뉴욕영화제에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뉴욕 필름메이커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부재다. 뉴욕영화제측은 그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곧바로 뉴욕영화제에 초청했다. 하지만 뉴욕영화제의 올해 라인업을 공개하기 직전인 8월에 배급사인 Apple TV+측이 불참을 통보했다고.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 <비열한 거리>를 뉴욕영화제에서 소개한 지 50주년이 되는 올해 다시 그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가 사라졌다. 이외에도 레드 카펫을 빛냈던 배우들과 배우 겸 감독, 작가들을 볼 수 없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의 파업이 지속되어서다. 따라서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을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뉴욕영화제에 작품만 출품하고 참석하지 않는다. 뉴욕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바이오픽으로, 이 작품은 뉴욕필하모닉이 상주하고 있는 데이비드 게펜 홀(옛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첫 상영된다. 뉴욕영화제측은 영화제 기간 중 파업이 끝날 경우 언제든 배우와 작가들의 행사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