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1호 [인터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홍보대사 최예나, 주문을 외쳐봐!
2023-10-20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이 10월20일부터 5일간 열린다. 매년 초가을을 함께한 BIAF는 올해에도 유수의 국제 장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한데 모아 관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축제의 가장 맨 앞자리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이는 홍보대사 최예나다. 해맑은 웃음소리, 긍정적인 마인드셋, 넘어지면 넘어진 김에 신발끈을 묶고 일어날 것만 같은 밝은 에너지는 여느 성장물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한다. 가수 최예나는 앨범 작업부터 비주얼 디자인, 퍼포먼스 구성과 무대 연출까지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닌 스페셜리스트지만, 애니메이션 앞에서만큼은 장르와 소재 등에 경계가 없는 제너럴리스트가 된다. 유년 시절부터 무수히 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간접경험한 덕에 그로부터 얻은 영감을 자신의 앨범 활동에도 가감 없이 쏟아낸다. 올해 ‘디즈니 특별전’, ‘카자흐 특별전: 불멸의 카자흐’ 등 다채로운 색깔의 특별전뿐만 아니라 디즈니 DNA를 지닌 명사들의 방문까지 새로운 재미를 더한 BIAF를 홍보대사의 눈으로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영화제의 한축이 되어 관객과 작품을 잇는, 든든한 가교가 된 최예나와 명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시한지 아닌지는 남이 정하는 게 아니야. 어떤 꿈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최예나를 어린 시절로 회귀시킨다는 <캐릭캐릭 체인지>의 이 명대사는 그 앞에 선 최예나를 거울처럼 다시금 비춰낸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떤 위기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은 그는 명랑 만화 주인공처럼 포기하는 법 없이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첫 번째 정규 앨범 《Smiley》에도 그만의 무해한 공략은 이어진다. 듣기 싫은 말을 들어도 ‘하늘 한번 쳐다보고 마음 다 잡고 밝게 웃어’주는 최예나만의 작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반짝이는 요술봉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최예나는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올해 영화제는 어떤 재미를 간직하고 있을까. 그리고 최예나와 애니메이션 사이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짧은 주문을 외쳐야 할 것만 같은 천방지축 인터뷰가 이어졌다.

-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감이 궁금하다.

= 영화제 홍보대사는 처음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발판으로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애니메이션을 더 열심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긍정적인 메시지로 힘을 얻기도 하고,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또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앞으로의 앨범 활동에도 나만의 고유성을 드러낼 방법을 고민하고 싶어졌다. 사실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영화제 홍보대사라니! (웃음)

-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 내가 너무 좋아하는 <닥터 슬럼프>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샌드랜드>가 가장 궁금하다. 도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 작가이기도 하고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캐릭터와 몬스터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사막 세상에서 왕자 베르제브브가 인간 라오, 몬스터 시프와 함께 환상의 샘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작품 배경이나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끌려서 꼭 보고 싶다. 또 올해는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한 디즈니 특별전이 준비돼 있다. <알라딘> <인어공주> <모아나> <주토피아> 등 디즈니의 명작들을 다시금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오래전에 나온 작품은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어 좋다.

- 평소에는 어떤 애니메이션 작품을 즐기는지 궁금하다.

= 영화로 개봉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극장에 가서 보는 편이다. 올해에는 <스즈메의 문단속>과 <엘리멘탈>을 재미있게 봤다. 두 작품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외에는 <체인소 맨>이 기억에 남는다. 예고편을 보거나 시리즈의 첫화를 보다가 ‘내 취향인데?’ 하는 강한 시그널이 오는 작품들이 있다. 아주 짧게는 포스터만으로도 느낌이 오기도 한다. 그럼 십중팔구 몰입하게 된다. 보통 그림체와 스토리를 통해 취향을 찾는데 왠지 주제나 소재가 어려울 것 같으면 미리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은 내 마음속 주머니에 저장해놨다가 앨범 활동할 때 끄집어낸다.

- 애니메이션으로 받은 영감을 앨범 활동에 어떻게 적용하나.

=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을 많이 느꼈다. <라라의 스타일기>와 함께 아이돌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저렇게 무대에 오르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기억도 난다. 넷플릭스 <아케인>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여성 캐릭터를 차용해 제작한 시리즈다.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유구한 역사를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게임 캐릭터의 서사를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에피소드 사이를 헤엄치는 느낌으로 몰입해서 볼 정도였다. 그중 징크스라는 캐릭터를 좋아해 첫 앨범 《Smiley》의 수록곡 <Lxxk 2 U>에도 퍼포먼스 영상에 비주얼적인 영감을 반영했다. 노래 가사에 이입할 때에도 ‘내가 징크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덧댔다. 비주얼 디자인이나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떠오른 것들을 같이 융합해서 표현하려 하는 편이다.

- 최예나의 허스키하고도 귀여운 목소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 어머! 너무너무 하고 싶다. 인터뷰를 통해 꼭 애니메이션 목소리 출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싶다. (웃음)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이라 어린 남자아이 목소리를 더빙하는 데 어울릴 것 같다. 예를 들어 <인크레더블>의 대쉬라거나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 <주토피아>의 주디 같은 캐릭터를 하면 어떨까. 중성적인 이미지를 잘 소화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한 아이돌 선배님들을 보면서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슈퍼 배드>의 태연 선배님과 서현 선배님이 더빙한 것이 인상 깊었다.

- tvN <여고추리반>에서 박지윤과 얼싸안고 어두운 복도를 헤쳐간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겁이 무척 많은 듯한데, 호러나 스릴러 장르에 대한 관심은 어떤 편인가.

= (바닥을 보고 웃으며) 그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처음 <여고추리반> 제안이 들어왔을 때 겁쟁이라고 미리 항변했다. 그러자 “그래서 섭외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더라. (웃음) 그래도 프로그램을 하면서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다. 자신이 강해지고 성장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성이 겁보라 단숨에 바뀌진 않겠지만 전보다 대담해졌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하면 무섭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언니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 버텼을 거다.

- 언젠가 팬들에게 불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O.S.T를 선곡한다면.

= 어렸을 적부터 <달빛천사> 오프닝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정확히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면서도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 거야’라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달빛천사> 노래를 불렀다.) 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또 <슈가 슈가 룬>의 오프닝 곡이나 <캐릭캐릭 체인지>의 <두근두근 예! 예!> 등도 함께 부르면 좋겠다. 말하고 보니 내가 마법소녀물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캐릭캐릭 체인지>는 의상이 엄청 독특하고 개성 넘쳐서 그런 것들을 무대에 반영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하나의 밈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누야샤>의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퇴사하는 사람들의 대표 밈이 되기도 했다.

= 나도 그런 밈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일상 곳곳에 쓰기엔 <짱구는 못말려> 장면들이 제격이다. 없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검정고무신>에서 강풍 때문에 교복이 조금씩 찢어지는 장면도 재미있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어떤 감정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밈 한장을 보내는 게 명확할 때도 있다. 그림의 힘이랄까. 실제로 그런 행동을 따라하기도 한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액션가면 VS 그래그래 마왕>에서 “그래그래!” 하는 장면을 친오빠와 하나의 암호처럼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씩씩한 구호 같은 거다. 몸으로 하는 밈이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 나는 애니메이션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이런 경우 어디서 어떤 즐거움을 얻을지 모른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장르에 다가가 예기치 못한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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