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아시안게임, ‘무빙’, ‘나는 솔로’ 사이 극장에 간다는 것 - 마케팅과 화제성으로 보는 한국영화의 위기
2023-10-27
글 : 이자연

“추석에 <나는 솔로>가 있어 다행이다. 친척 어른들 모두 <나는 솔로> 얘기하느라 진로, 취업, 출산 잔소리를 안 한다.” SNS상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던 이 짧은 글은 이번 추석의 진풍경을 보여준다.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이 <나는 솔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추석 연휴 내내 화제였고, 탁구 여자복식에서 신유빈·전지희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순간시청률은 20.3%에 달했다. 한편 1020시청자들은 디즈니+ <무빙>에 이목을 집중했다. 다양한 콘텐츠가 각자의 화제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영화는 안타깝게도 관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뼈아픈 질문을 건넬 차례다. 혹시 영화는 다양한 콘텐츠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게 아닐까?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애라는 보편적인 소재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은 당사자와 비슷한 주변 인물을 떠올리며 자기만의 의견을 쉽게 덧붙이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콘텐츠 흥행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그 여부에서 나온다”며 대중이 참여할 여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화된 콘텐츠가 바이럴 마케팅하기에 더 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밈을 놀이 재료로 쉽게 활용할수록 그것을 더 강하게 기억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영화 <1947 보스톤> 사이의 거리감을 짚어내는 측도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과 <1947 보스톤>은 국가대표 선수가 스포츠 정신을 계승하며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의 국민적 관심이 <1947 보스톤> 관람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관객들은 실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드라마로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극화하는 순간 하나의 신파 코드로 읽어내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어린 세대일수록 신파 코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 두 콘텐츠 사이의 반응차를 설명했다. 이어 “스포츠는 짧은 시간 안에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1020세대가 선호하는 숏폼과 비슷한 감각을 지닌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가야 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서로 다른 반응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포맷의 차이를 짚어내기도 했다. 영화는 이제 더이상 영화간의 싸움만 하지 않는다. 다달이 쏟아지는 OTT 시리즈와 영화들, TV프로그램, 그리고 국제 스포츠 행사까지 콘텐츠라고 일컬을 만한 요소가 있는 모든 것과 대결해야 한다. 더 복잡다단해진 과정 속에서 영화가 경쟁력을 다시 살리는 방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다름 아닌 작품성이었다. “좋은 작품이 나오면 관객들은 금세 극장으로 다시 모일 것이다. 영화가 경쟁해야 하는 모든 것이 따라할 수 없는 영화만의 것을 다시 찾아내야 한다. 동시대 관객의 수준과 수요를 정확히 읽고 참신한 콘텐츠적 재미를 시도하는 노력이 우리를 이 미로에서 빠져나가게 해줄 것이다.”(강효미 퍼스트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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