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순간들
2023-10-26
글 : 정재현
사진 : 백종헌

10월20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BIAF에선 총 36개국에서 온 118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애니메이션은 상상력과 예술성, 기술과 감동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그릇입니다”라는 서재환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처럼, 올해 BIAF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들은 저마다 경험한 적 없는 환상의 세계와 본 일이 드문 고유의 기술을 관객의 눈앞에 펼쳐 보이며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감상인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BIAF의 개막부터 폐막까지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전한다.

BIAF 2023의 홍보대사인 YENA(최예나)가 개막식에서 개막작 <로봇 드림>과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를 소개하고 있다. 최예나는 이번 영화제 기간 중 영화 관람 전 에티켓을 설명하는 트레일러 영상에도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익혔다.

개막식의 축하 공연은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가 맡았다. 고상지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자작곡을 모아 음반을 발매하는 등 애니메이션의 골수팬으로 알려져 있다.

10월18일부터 25일까지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올해 애니메이션 제작 경력 30년을 맞이한 안재훈 감독의 포스터 전시회 <결: 히치콕부터 아가미에 이르기까지>가 열렸다. 이 전시에선 안재훈 감독의 단편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부터 내년 개봉예정인 장편 <아가미>(2023)까지, 안재훈 감독이 선보인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포스터가 전시됐다. 한편 안재훈 감독은 워크 인 프로그레스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이 진행 중인 <아가미>의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소설가 구병모가 지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아가미>는 삶의 끝에 선 순간 아가미가 생겨난 소년의 아름답고 잔혹한 이야기를 담는다.

BIAF 2023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게스트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와모리 쇼지 감독이다. ‘마크로스 – 노래, 사랑, 메카의 복합예술’ 특별전을 포함해 마스터클래스의 연사로 선 가와모리 쇼지 감독은 10월23일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마크로스> 시리즈의 제작 비화와 창작 비결을 들려주었다. 강연 전후로 감독의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 대상은 키아라 말타, 세바스티앙 로덴바흐 감독의 <치킨 포 린다!>가 차지했다. 자국 내 개봉 일정과 겹쳐 BIAF에 참석할 수 없었던 두 감독은, 직접 만든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이들의 소감은 영화와 꼭 들어맞는 재치를 보였다. 두 감독이 아닌 영화 속 주인공 ‘린다’가 등장해 소감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감독 대신 제가 나서는 게 좋겠네요”라며 운을 뗀 린다는 “이 상은 제 거예요. 감독들 것이 아니고요!”라고 웅변해 웃음과 인상을 동시에 남겼다. <치킨 포 린다!>는 특별상인 키노라이츠상 장편부문 수상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대상은 세피데 파시 감독의 <사이렌>이 차지했다. <사이렌>은 특별상에 해당하는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상까지 수상했다. 우수상은 제레미 페랭 감독의 <마스 익스프레스>와 브누아 슈 감독의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이 공동 수상했다.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코코믹스 음악상의 영예도 안았다. 관객의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은 개막작인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로봇 드림>에 돌아갔다. 이외에도 (사)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상은 이타즈 요시미 감독의 <북극백화점의 컨시어지>가, DHL상과 EBS상은 각각 존 머스커 감독의 <나는 힙>, 아담 레비 감독의 <플러터>가 수상하였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출품 자격을 얻는 단편 대상은 “비주얼과 사운드 테크닉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받은 <열대의 눈>이 차지했다. <열대의 눈>은 대만의 전통 종이 제작 기술을 통해 완성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파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내러티브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보내온 대만의 장쉬잔 감독은 “언젠가 BIAF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찾아가겠다”라고 밝힌 후 한국어 5음절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소감을 끝맺었다. 심사위원상은 닝크 도이츠 감독의 <호텔 미라클>이, 우수상은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기억의 정원>과 스티븐 어윈 감독의 <깨어난 세계>, 플로러 언너 부더 감독의 <27>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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