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메이킹보다 테이킹, 어둠의 결을 포착하다, <한 채> 허장, 정범 감독
2023-10-28
글 : 송경원

“두 사람이라서 오히려 정확한 초점과 거리를 맞출 수 있었다.” <한 채>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위장 결혼과 아파트 분양이라는 첨예한 소재 뒤로 사람의 그림자와 온기가 드리운 영화다.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이야기를 절제된 영상과 연출력으로 표현한 허장, 정범 감독은 “세상에 쓸모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수줍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이어갔다.

허장, 정범 감독(왼쪽부터).
- LG 올레드 비전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셨다.

허장 영광이다. 앞으로 더 진중하게 영화를 만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비전상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이후 계속될 영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정범 전혀 생각지 못했던지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진정성을 알아봐준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 <한 채>는 상황을 결론내지 않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정범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많아서 처음엔 긴장하면서 봤다가 휴먼 드라마적인 따뜻함으로 넘어가는 게 좋았다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부산영화제 홈페이지에 심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장르영화로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 채’라는 제목을 정했다. 가능한 한 감정의 굴곡을 줄이고 최대한 덤덤하게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허장 나도 담담하고 관조적이었다는 평이 기억난다. 가능한 한 ‘있는 걸 그대로 두자’는 태도로 찍었다.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이라고 해도 좋겠다. 영화 제목은 ‘The Berefts’인데 무언가 상실한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상태를 포괄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공동 연출에서 각자 맡은 부분은 무엇인가.

허장 둘 다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데 함께해보면 잘 맞을 거라고 느꼈다. 예산이 넉넉지 않으니 협업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내가 PD 역할을 했고, 정범 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위장 전입, 위장 결혼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6개월 정도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정범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어 소재와 대상에 대한 거리를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편집 과정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이견이 없었다.

-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 많다보니 암부의 표현이 중요한 영화다. LG 올레드는 블랙의 다양한 표현에 특히 강점이 있는데.

정범 그렇다면 왠지 우리 작품의 의도를 알아봐준 것 같아 영광이다. <한 채>는 인위적인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과 실생활 속 광원을 그대로 활용한 영화다. 예를 들면 어둠 속의 TV 빛으로 인물의 실루엣을 희미하게 비춘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낮은 조도에서의 색감 표현이 특히 중요했다. 반지하에 빛이 슬며시 들어오는 순간의 5분도 안되는 골든 타임에 맞춰 찍은 장면도 있다.

허장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 어두운 느낌이 찾아오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고자 노력했다. 우리 영화는 메이킹보다 테이킹에 가까운 작업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인위적이지 않은 것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허장 우선 TV는 작업실에서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향후 작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세상에 있어야 할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지금 시대엔 더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정범 차기작도 함께할 예정이다.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창작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꾸준히 교감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최근 사운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컬러그레이딩도 함께 공부해서 LG 올레드를 잘 활용해보겠다. (웃음)

사진제공 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