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영화제의 가장 획기적인 게스트는 아마도 조조 히데오 감독일 것이다. 핑크 무비, V시네마를 주로 연출해온 그는 BL영화 <성의 극약>으로 국내 관객과도 안면을 튼 창작자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조조 히데오 감독은 현재까지 10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런 그가 장르적 확장을 꾀하게 된 건 2019년 청춘물 <온 디 엣지 오브 데어 시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각본가가 아닌 연출자로서 만든 작품이 도쿄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인 조조 히데오 감독은 <트와일라잇 시네마 블루스> <신도들> <러브 논들레스> <온 디 엣지 오브 데어 시츠>와 함께 영화제의 관객들을 맞이했다.
- 네편의 상영작은 어떻게 선정했나.
지난 4년간 발표한 나의 최신작들이다. 그 밖의 작품은 핑크 무비, V시네마가 대부분이라 영화제에 그리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치야마 쇼조 프로그래밍 디렉터가 먼저 작품을 골랐고 내가 의견을 더해 최종 리스트를 확정했다.
- <온 디 엣지 오브 데어 시츠>를 6일 만에 찍었다고. 본래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가, 아니면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따른 결과인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그렇게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작은 예산의 영화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시간의 제약은 있을지언정 연출 면에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에 선보이는 네편의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만든 것 중 예산이 큰 축에 속한다.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을 작업하는 게 재밌고 내 시그니처를 드러내기에도 좋다. 그리고 영화 제작 면에서 예산은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에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다면 지금까지 그 방법을 택해왔다.
- 섹슈얼한 이슈부터 사이비 종교까지 다루는 주제의 폭이 굉장히 넓다. 주제를 택할 때 무엇을 중요시하나.
사실 대부분 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연출 제안을 먼저 받은 작품들이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스케줄상 가능하다면 되도록 맡는다. 다만 <신도들>은 내가 유일하게 기획부터 진행했다. 원작 만화를 재밌게 봤고 좋아하는 작품이라 먼저 영화화를 제안했었다.
-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지나가는 마음>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다.
대학생 때 <지나가는 마음>을 봤는데, 우리가 아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스타일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라 훨씬 자유롭고 생기가 넘친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서사의 시점을 현재로 옮겨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흑백영화이기 때문에 드라마화하면서 기본 세팅을 바꾸는 건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와 현재의 같은 지점을 발견해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 20년간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했다. 이토록 왕성하게 작업을 해올 수 있던 배경은.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네 작품을 가리키며) 지난 20년간 만든 영화들이 모두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은 아니었다. 2~3일 만에 찍은 것들도 더러 있다. 비교하면 TV드라마를 만들 때의 페이스가 더 빨라서 오히려 힘들었던 것 같다. 다만 제안을 받았을 때 그 안에서 많은 모험을 하려고 했다. 가령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어떻게 더 내 것처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작업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