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타인을 이해하는 법, <정욕> 기시 요시유키 감독
2023-11-09
글·사진 : 조현나

올해 장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세편의 일본영화 중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기시 요시유키 감독의 <정욕>이다.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아사이 료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배우 이나가키 고로, 아라가키 유이가 합류한 뒤로 더욱 화제가 됐다. 극의 주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변화하는 물의 형태에 성욕을 느낀다. 그로 인해 타인과 쉽게 관계 맺지 못하는 이들의 상황에 주목하며 영화는 다양성 존중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나는 이 영화로 그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전한 기시 요시유키 감독은 이번 도쿄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 원작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은 어땠나.

다양한 성적 욕구와 관련된 이슈들에 관해 나는 내가 잘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영상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아사이 료 작가와 네다섯번의 미팅을 가졌다. 이러한 주제를 택한 이유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첫 파트와 이후의 서사의 흐름은 원작과 유사하지만 두 번째 파트와 영화의 결말은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도록 했다.

- 사람만큼이나 물이 중요한 소재다. 흐르는 물의 형상을 표현하고 물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에 관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생명의 근원과 같이 물은 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물은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물을 가능한 한 건조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물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에 관해선 이와시로 다로 음악감독과 많은 의견을 나눴는데 파도 소리처럼 들리길 바라서 물이 부서지고 퍼지는 듯한 소리를 주로 영화에 삽입했다.

- 나쓰키(아라가키 유이)의 방에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은 물 페티시가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된 신이다.

그렇다. 그 신에서 그녀는 마치 익사할 듯 물에 잠겨가는데 그 상황에 만족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고뇌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글로만 설명된 상황을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 일반적인 가정을 이루던 히로키(이나가키 고로) 부부는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이혼 절차를 밟는데, 같은 페티시즘을 공유하는 사사키(이소무라 하야토)와 나쓰키 커플은 사사키가 특정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음에도 끝까지 함께할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두 커플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된다고 보나.

“나는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나쓰키의 발언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볼 때 사사키는 용의자로 몰린 상태지만, 나쓰키는 저변의 진실을 믿고 그와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말하자면 사사키와 나쓰키는 일련의 행복과 불행을 평범하게 경험해온 히로키 부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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