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꿈의 동굴>
왓챠 ▶▶▶▶
1994년 프랑스 동굴탐험가들이 300점이 넘는 동물 벽화가 그려진 원시 동굴을 발견한다.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동굴로 입성한다. 협곡 지하, 무려 500여m 길이로 조성된, 그 유명한 ‘쇼베 동굴’이다. 작품을 평범한 기록 다큐멘터리로 간주하는 건 성급하다. 3만여 전쯤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는 감독이 말한 대로 영화의 원형 이미지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을 동시에 나타낸 기묘함과 동물의 머리와 다리를 겹쳐 드러낸 운동성, 몇 천년에 걸쳐 창작자들이 그린 사실을 바탕으로 시감각, 재현, 창작 주체, 이미지, 영상 등의 본질을 근본부터 다시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사라진 시간>
넷플릭스, 티빙, 왓챠, U+모바일 ▶▶▶▷
교사 수혁(배수빈)의 아내 이영(차수연)은 밤만 되면 여러 영혼에 빙의되는 믿지 못할 일의 주인공이다. 마을 주민이 보인 두려움에 이영은 스스로 밤마다 다락방에 은신하다 수혁과 함께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이 사건 이후 형사 박형구(조진웅)는 마을을 돌며 사건을 탐문하는데, 진실에 다다른 순간 해괴한 일을 당한다. 모든 사람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형구를 수혁으로 대하는 것이다. 작품은 수혁-이영과 형구-초희라는 유사한 인물 두쌍을 제시하며 현실과 가상, 자기와 타인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면서 인물의 실존적 고민을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한다.
<탈피>
넷플릭스 ▶▶▶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내가 살해당한다. 경찰관 톰(베니치오 델 토로)은 용의선상에 오른, 피해자의 전남편과 과거 윌의 아버지에게 부동산을 넘기고 자살한 남자의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들의 알리바이는 뜻밖의 방향으로 진범을 가리키기 시작한다. 제작에도 참여한 베니치오 델 토로는 기존 누아르 영화와 다른 분위기를 지니길 바란 듯하다. 그의 전작을 떠올려볼 때 냉담한 마초일 것으로 짐작되는 형사 톰의 캐릭터가 예상을 깬다. 여성에게 무례하지 않고 시종 진중한 모습을 근거로 무해한 중년의 누아르라 칭하고 싶다.
<맨 프럼 어스>
쿠팡플레이, 왓챠, U+모바일 ▶▶▶▷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려는 존(데이비드 리 스미스)에게 동료들은 떠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존은 자기가 구석기 시대부터 죽지 않고 1만4천년을 살아왔고,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 자취를 감추려 한다는 진실을 전한다. 이에 동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 영화는 인간 의식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있는지 살펴보는 폐쇄회로다. 존이 역사 속 중요 인물이라고 밝히면서부터는 더 큰 혼돈으로 빠지지만 그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다. 그가 말을 거두자 동료들이 오히려 아쉬워하는 눈치를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 진실이란 구성된 것에 지나지 않는지 영화는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