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락(오승훈)의 어머니를 죽음에 몰아넣고 그가 키우던 강아지마저 심각한 화상을 입힌 자. 브라이언은 서영락이 관객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도록 만든 유일한 촉매제이자 그 죗값을 그대로 대갚음받는 피심판자다. 이 말은 <독전>에서 브라이언은 영락의 질주를 위해 설계된 인물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배우 차승원은 브라이언에게 이전보다 더 능동적인 주체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이 선생이 되고 싶지만 결코 될 수 없는 현실에의 집착. 들끓는 명예욕과 인정욕. 채워지지 않는 콤플렉스. 그는 브라이언을 설명할 상징적인 면면을 세분화하기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얼굴과 표정, 자세와 제스처를 함께 구체화했다. “브라이언은 신체적 결함을 얻으면서 서영락에 대한 분노와 이 선생을 향한 집착이 커져간다. 그래서 온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채 얼굴만 앞으로 쭉 내밀었다. 화상으로 인한 고통이 어마어마해 숨소리조차 고르지 않지만 그 와중에 어떻게든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기괴하고 강렬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브라이언이 병상에서 마약을 맞고 눈을 뜨자마자 “할렐루야” 하고 외치는 모습은 그만의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완성한다. 우스꽝스러움에서 비롯한 공포심. 차승원은 브라이언을 통해 그것을 구현하고 싶었다. “장르물이 어려운 이유는 자칫하면 세상에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순간 극은 관객과 거리를 갖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인물에게 땅에 붙는 현실성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의 시선으로 말과 행동을 다시 해석했다. ‘할렐루야’도 그렇게 나오게 된 거다.” 외국에서 신학을 공부했던 브라이언의 전사를 바탕으로 고민한 결과, 시나리오에 없던 자연스러운 대사도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차승원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함몰되고 싶지 않다”, “고착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다. 연기의 확장 가능성과 유연한 촬영 현장이 만날 때 배우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커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치열한 것과 함몰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타인의 삶으로 깊게 들어가야 하는 배우에게 경직된 마음은 위험”하다는 게 오랜 배우 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독전2>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는 그의 시도를 뒷받침해준 건 바로 백종열 감독이었다. 차승원이 20대였던 시절, CF 감독으로 만난 백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주관적인 목표와 그림이 뚜렷하다. 동시에 배우에게 주변 환경을 편안하게 펼쳐주는 힘을 지녔다. “백 감독님은 심도 있는 양질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주셨다. 나는 심각한 장면을 찍는다고 현장 분위기까지 심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는 그 순간의 몰입을 응축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편한 분위기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