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링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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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의 분리/결합 이야기는 매번 신비롭고도 으스스한 기운을 지니는데, 이는 <데드 링거>에서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괴이한 손을 만나 더욱 징글맞게 뻗어나간다. 일란성쌍둥이 형제 엘리엇과 비벌리.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던 둘은 청년이 되어서도 한집에 살며 서로에게 의존한다.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이들은 어느 날, 자궁 경부가 세개로 나뉜 클레어를 알게 된다. 끔찍하게도 이 형제는 많은 것을 서로 나눠온 터, 클레어와의 잠자리 또한 공유한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얼굴을 한 두 존재의 뒤틀린 공존이 끈적하게 그려진다.
<45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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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의 축복은 지난 시간에 대한 장송이기도 해야 한다. 하나 결혼 45주년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계획 중이던 케이트와 제프 부부에게 예기치 못한 소식이 도착한다. 50년 전 제프의 첫사랑이 알프스 빙하의 크레바스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 시신은 여전히 당시의 앳된 얼굴을 하고 있을까? 과거에 사로잡힌 제프를 보며 케이트는 오랜 결혼 생활이 무엇으로부터 지탱되었는지 혼란을 느낀다. <Smoke Gets In Your Eyes>가 흐르는 무도회장, 더이상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여자의 새파란 얼굴이 눈물 없이 흐느낀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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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은 애인 쥬세페를 찾아 그의 엄마 안나가 살고 있는 시칠리아의 저택을 찾아온다. 부활절까지 안나의 집에서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 잔은 근방의 바다에서 몸을 적시거나 이웃들과 농염한 춤을 추다가도 불시에 들이닥치는 안나의 눈빛에 거북함을 느낀다. 쥬세페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지만 그는 계속 답신이 없다. 평범한 도식과 상징으로 이뤄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이야기는 신선할 건 없지만 찬란한 젊음을 바라보며 또 다른 젊음을 쉴 새 없이 떠올리는 어느 여자의 마른 눈이 쓰라려 종종 생각이 난다.
<창밖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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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버스 기사 석우는 어느 날 터미널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한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그 뒷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는 고장난 MP3가 놓여 있다.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놓고 누군가 찾아갔는지 틈틈이 확인하는 석우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 직원 영애는 그 오래된 물건에 저장된 지난날들이 궁금해진다. MP3를 수리하려는 석우, 그런 그를 따라가는 영애는 한겨울의 산책을 시작한다. 추위는 대개 유실의 모티프와 연결되지만, <창밖은 겨울>에는 잃어버린 것을 하나씩 주워나가며 온기를 잡아두려는 의지가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