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공연 실황 영화는 결국 팬덤 영화다, 오윤동 감독 겸 CJ 4DPLEX ScreenX 스튜디오 팀장
2023-12-14
글 : 이유채
사진 : 백종헌

국내 공연 실황 영화를 말할 때, ‘오윤동’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알고 지나가야 하는 일종의 업계 용어다. 올해 공연 실황 영화 흥행 순위 1, 2위를 기록한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과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뿐만 아니라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블랙핑크 더 무비>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 영화 대부분을 그가 연출했다. CJ 4DPLEX ScreenX 스튜디오 팀장으로서 기술특별관에 최적화된 공연 실황 영화를 직접 기획, 제작하고 있기에 그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여전히 죽고 못 사는 팬의 마음으로 만든다”는 오윤동 감독에게 공연 실황 영화만의 강점과 가능성을 청해 들었다.

- 2023년 한국 영화산업의 트렌드 중 하나를 공연 실황 영화의 약진으로 잡아도 될 만큼 올해가 공연 실황 영화에 있어 상징적인 해였다. 이와 같은 분석에 공감하나.

= 수치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올해 공연 실황 영화의 잠재력이 터졌다고 말할 수 있다. 큰 스크린을 갖춘 기술특별관에서 공연 실황 영화를 보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 관객이 늘어나고 있고, 그렇게 체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관객이 기꺼이 같은 영화를 N차 관람하는 문화도 자리 잡으면서 이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실 국내로 국한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봐야 정확하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의 국내 관객수는 9만명 정도였지만 해외에서 는 400만명 가까이 들었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엄청난 북미 흥행 수익을 올린 것만 봐도 그렇다.

- 공연 실황 영화의 확실한 수요가 있다는 걸 감지한 시기는 언제인가.

= 아티스트쪽에서든 제작사쪽에서든 공연 실황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다. 아티스트와의 만남이 단절된 상황에서 팬들이 ‘내 가수’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분출하고 해소하는 창구로 공연 실황 영화를 찾는 분위가 함께 감지됐다. 내부에서 공연 실황 영화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제작비가 여타 일반 영화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장벽이 낮고 국내외 팬들을 다 따지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유리하다 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었다.

- 라이브 콘서트 현장이 아닌 극장에서 상영하는 공연 실황 영화의 특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보통 공연장은 2채널의 스테레오타입으로 사운드를 출력한다. 반면 상영관은 5.1채널로 따로 믹싱한다. 그만큼 극장에서 공연 실황 영화를 보면 전체 세션 소리는 풍성하게 그룹 개개인의 보컬은 더 까랑까랑하게 들린다. ScreenX 같은 특별관에서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일반적인 1면 상영 형식에서는 카메라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화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ScreenX와 같은 3면 상영 형식에서는 각기 다른 지점을 포커싱한 3개의 이미지가 3개의 화면을 통해 동시에 보여지면서 좀더 공연장 안에 있는 느낌, 나아가 VR 기계를 쓰고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8K 촬영으로 아티스트가 실물에 가깝게 표현되는 것 역시 관객이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다.

-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아티스트의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못지않게 아티스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예컨대 연출작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에서는 가수 김호중의 여행기가 콘서트 장면만큼 비중이 크다.

= 아티스트와 팬들 모두 공연 실황 영화에 담기길 원하는 것이 인간적인 면모가 아니라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은 뒤부터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아티스트는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 하고 팬들은 아티스트가 얼마나 우리를 생각하는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항상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연출한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특정 멘트가 BTS가 아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멘트라고 느껴지면 그것이 팬들에게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을 바꿔 재편집했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에서는 콘서트 방석을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 명)에 각별한 임영웅씨의 모습을 연출적으로 강조해 팬들이 그의 애정을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했다.

- 공연 실황 영화의 대중화를 고려하진 않나.

= 전혀. 팬들만을 위한 팬덤 영화이고 그 점이 공연 실황 영화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일반 관객을 타깃으로 한 음악영화가 되려면 전체적인 만듦새와 구성이 아예 달라져야 할 거다.

- 코로나 이후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극장에 공연 실황 영화가 향후 주 수익원이 될 거란 기대가 있나.

= 기획사가 극장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면 낙관적이다. 이런 협업이 자리 잡으면 극장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공연 실황 영화를 제작하면 전세계 거의 모든 극장이 아티스트의 공연장이 되는 셈이고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공연이 계속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기획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 콘서트 티켓값보다 저렴한 티켓값,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SNS에 인증하는 문화, 콘서트에 다녀온 관객이 좋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공연 실화 영화를 찾는 패턴 등 공연 실황 영화의 약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떠한가.

= 공감과 연결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장보다 좁고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는 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자 체험이다. 그것이 주는 감동이 깊고 크기 때문에 수많은 관객이 실제 아티스트 없이 팬들만 있는 공간에 모이고 티켓 전쟁을 치르고서라도 싱어롱 상영회에 간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점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슬쩍 소개하는 용도로 공연 실황 영화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끌고 가고 데려가면서 관객층이 확장되면 이 시장이 더 활성화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필모그래피

감독 2023 <엔시티 네이션: 투 더 월드 인 시네마> 2023 <비더원: 비퍼스트 더 무비> 2023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2023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 2022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2022 <인생은 뷰티풀: 비타돌체> 2022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2022 <엑스칼리버 더 뮤지컬 다큐멘터리: 도겸의 찬란한 여정> 2022 <엔시티 드림 더 무비: 인 어 드림> 2022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2021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 2021 <블랙핑크 더 무비> 2020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 2020 <토이솔져스: 가짜사나이2 더컴플리트>

시각효과 2023 <밀수> ScreenX Chief Produce 2021 <모가디슈> ScreenX 제작 2017 <군함도> ScreenX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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