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포커스] ‘1인 제작사 vs 대형 제작사의 횡포’, 실익의 방향성이 진실을 가리킨다, <심해> 시나리오 분쟁에 대한 최윤진 대표의 입장
2023-12-29
글 : 이우빈

<심해> 시나리오 저작자 분쟁의 당사자인 최윤진 영화사 꽃 대표가 <씨네21>에 반론 보도를 요청했다. 지난주 <씨네21>은 ‘<심해> 시나리오 저작자 분쟁, 누구의 이야기인가, 누구의 저작권인가’(<씨네21> 1437호)를 통해 김기용 작가와 최윤진 대표가 영화 <심해> 시나리오의 저작권을 두고 갈등해온 경과를 정리했다. 이에 최윤진 대표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싶다며 후속보도를 요청했다.

<심해> 시나리오 분쟁 관련자료

- <심해> 시나리오 저작자 분쟁에 대한 반론 보도를 청한 이유는.

= 개봉해야 할 작품이 있기에 조용히 영화인신문고에 조사를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김기용 작가가 영화인신문고 조사를 유보한 후 박은경 더 램프 대표와 함께 언론재판을 시작했다. 모든 허위 주장에 대해 소명하고, 사건의 진짜 의혹을 밝히고자 한다. 사건의 외형은 ‘신인 작가 vs 제작자의 횡포’다. 대중이 쉽게 공분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그 이면에 ‘1인 제작사 vs 대형 제작사의 횡포’라는 본질이 있다.

- 2020년 <심해> 계약 당시에 공동제작사 더 램프에 김기용 작가의 존재를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명백한 거짓 주장이다. 2020년 10월7일에 <모럴해저드> 연출자로 찾아가 박은경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박은경 대표는 <심해> 시나리오도 보여달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계약을 서둘러 독촉했다. 불과 1주일 후인 10월13일엔 계약서에 날인했다. 10월9일 박은경 대표에게 내가 보낸 메일엔 원안자가 김기용 작가고, 각본 초고까지 작업했고, 각본 크레딧을 주기로 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고지한 바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박은경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2020년 10월9일 최윤진 대표가 박은경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 사진제공 최윤진

- 2018년 12월에 김기용 작가와 작가 계약을 해지한 후, 같은 12월에 김기용 작가에게 말하지 않고 <심해> 시나리오의 단독 저작자로 등록한 것에 대해선.

= 먼저, 제작사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저작권등록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투자사에 12월까지 초고를 제출하기로 한 일정이 있었다. 김기용 작가에게 작업을 맡겨둘 수만은 없었고, 공동작업한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내가 초고를 집필하게 된 것이다. 지역 영상위원회 숙박 지원은 법인이 아니라 작가나 감독 개인이 대상이다. 난 작가로서 지원받아 강원도에 숙박하며 초고를 집필했다. 그리고 2018년 12월에 강원도에 체류하며 계속 초고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정산 증빙 건으로 저작권등록증이 요청돼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직원이 내 초고로 급히 저작권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후 난 계속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해 잊고 있었다. 또한 온라인 저작권등록증은 심의 과정을 거쳐 발급되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로 저작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있는 것 같다. 김기용 작가는 작가계약서라는 법적 문서에 명시된 각본 크레딧을 통해 저작인격권이 이미 존중된 것이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의 주장대로 김기용의 저작물을 내가 몰래 탈취할 생각이면 크레딧 약속을 했겠나.

저작권등록과 관련해서는 사법 조사기관 수사관이 판례, 법리 의견서와 증빙 자료, 개발 과정의 모든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까지 조사한 후 저작권법위반에 대해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을 내렸다. 김기용 작가에게 내용증명을 받은 후,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김기용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쪽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로펌을 통해 공동저작자 등록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기용 작가가 거절했다.

- <심해> 시나리오에 대해 김기용 작가가 각본, 최윤진 대표가 윤색이 마땅하단 SGK의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 동의하지 않는다. 초고 내용 유사성만 정량화하여 “윤색” 혹은 “베꼈다”라고 하는 도식적인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트리트먼트 초기(2018년 7월26일)부터 공동 개발했고, 김기용 작가가 작업한 39페이지를 내가 직접 25페이지로 최종 재집필했다. 같은 최종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각자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니 내용의 유사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글은 작가 각각의 고유의 문체와 표현 방식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 저작인격권의 본질이다. 오히려 SGK는 내가 제작을 겸직한다는 이유로 작가 최윤진을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며 저작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 심지어 초고 완성 시점도 내가 김기용 작가보다 앞선다. 김기용 작가가 단독으로 썼던 <해인> 트리트먼트와 <심해> 트리트먼트 최종본, 각각의 <심해> 시나리오 초고를 비교해서 보면 김기용 작가의 문체와 표현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김기용 작가의 집필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 김기용 작가의 글을 베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김기용 작가가 쓴 시나리오 초고를 11페이지까지 보고 나서 매우 어렵게 계약 해지를 요청했었지만, 초고까지 쓰고 싶다는 작가의 요청을 존중했다. 내가 김기용 작가와 일할 당시 그를 얼마나 친절하게 독려했는지도 이메일 증빙으로 남아있다.

- <심해> 시나리오를 둔 분쟁이 김기용 작가와 최윤진 대표의 갈등이 아닌 1인 제작사와 대형 제작사의 대립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 <심해>의 계약 연장 과정에서 그리고 <모럴해저드> 진행 과정에서 박은경 대표와 관계가 악화됐다. 박은경 대표가 나에게 격노한 사건 이후 각색 작가가 필요하다며 김기용 작가의 연락처를 물었고, 난 알려줬다. 그리고 <모럴해저드> 촬영 후에 내용증명을 받았다. 김기용 작가에게 전화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내용증명을 받은 당일에 박은경 대표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했다. 박은경 대표는 더 램프에도 내용증명이 도착했다며 “둘이 빨리 잘 해결해라. 김기용을 만난 적이 없고, 통화로 기획 의도만 물어보았다”라며 사실관계 요청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종료했다. 그런데 김기용 작가가 내용증명을 보낸 로펌은 원래 더 램프가 수시로 법률을 자문하는 로펌이다. 로펌이 자신의 기존 고객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지 않는데, 고객인 더 램프에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게 매우 의아했다. 그래서 더 램프가 받았다는 내용증명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은경 대표는 지금까지도 회신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박은경 대표는 김기용 작가의 로펌에 협상 대리를 위임했다. 로펌은 김기용을 대리하여 “<심해>에 대한 영화사 꽃의 지적재산권을 말소해라. 받았던 작가료를 모두 반환하겠다”라는 메일을 보냈고, 더 램프를 대리하여 “김기용 협상안을 원만하게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영화사 꽃과 심해의 공동제작계약서 수정을 요구”한다는 협상 메일을 동시에 보내왔다. 이상하지 않나.

- 연출작인 <모럴해저드>에도 논란이 일었다. <심해>와 비슷한 시기에 마찬가지로 더 램프와 겪은 일이다.

= <심해>에 대해 여러 의혹을 지니고 있을 때 더 램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모럴해저드> 전에 작업했던 론스타 소재의 영화 <에너미>를 쓴 작가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심해> 사건이 비슷한 방식으로 하나 더 재현’되겠다는 직감과 의심이 들었다. 김기용 작가와 연락이 차단되는 이간을 당한 직후여서 의심이 드는 건 당연했다.

- <심해> 논란과 같이 <모럴해저드> 제작 과정에서도 <모럴해저드>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했던 박현우 작가의 존재를 숨겼단 주장이 있다.

= 거짓이다. 박현우 작가의 존재도 <모럴해저드> 계약 이전 박은경 대표에게 모두 설명했다. <에너미>에서 어떻게 <모럴해저드>까지 왔는지에 대한 기획비 정리를 위해 지출 증빙(2020년 10월11일)을 이메일로 보냈었다. 박현우 작가료를 기획비에 인정받은 거다. 박은경 대표가 <심해>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순리대로 <에너미> 작가 박현우에게 어떤 크레딧을 주는 것이 좋을지, 후반작업 단계에서 내가 먼저 상의를 했을 거다. 크레딧은 최종 기여도에 따라 후반작업에서 객관적으로 정리하면 될 일이다. 론스타 소재의 <에너미>는 <모럴해저드>와 소재, 스토리, 캐릭터, 에피소드 등 모두 다르다. 박현우 작가의 기여도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뿐이다.

이전 상황을 설명하자면 <에너미>는 론스타를 소재로 했는데, 동일 소재인 <블랙머니>가 개봉하고 흥행해 무력감에 제작을 접었다. <모럴해저드>는 새로운 소재, 다른 이야기다. 2020년 2월에 박현우 작가에게 <모럴해저드> 트리트먼트의 리뷰를 부탁했을 때 그는 “디테일과 에피소드가 모두 다르다”라고 리뷰를 줬다. 그런데 지금은 “소재만 바꾸고 내가 쓴 시나리오를 그냥 대부분 갖다 썼다”라고 인터뷰하고 있다. 영화인신문고에 크레딧 관련 저작인격권 조사 검토를 요청했으니 곧 진실이 밝혀진다. 이 문제는 크레딧 분쟁이다.

- 최윤진 대표가 <심해>와 비슷한 형태의 다른 저작권 관련 분쟁을 겪었단 제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몇 개월간 박은경 대표가 나와 일했던 작가들을 찾아가 “최윤진에게 의혹을 가져야 한다”라고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투자사에도 전화해 과거에 내가 접수한 작품을 파헤친다는 소문도 지인들을 통해 계속 전해졌다. 고소 당사자는 김기용 작가인데, 왜 박은경 대표가 나서서 무리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박은경 대표가 나에게 부도덕적인 프레임을 씌워서 목표한 바가 있는 것이 아닐까란 의혹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진실은 실익의 방향성이 어디로 가는지 바라보아야 알 수 있다.

- 실익의 방향성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더 램프와 영화사 꽃의 <심해> 공동제작계약은 약 2년 후에 끝난다. 그런데 <심해> 연출에 관심을 보인 A모 감독이 사정상 3년 안에 연출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기용 작가가 ‘단독 저작권’을 확보하고 영화사 꽃의 일체 저작권을 상실시키면, 더 램프가 영화사 꽃과의 공동제작계약을 취소하고 3년 후라도 더 램프가 단독 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더 램프의 실익이 매우 크다. 김기용은 분쟁 초반에 저작권등록을 문제 삼았다. 이젠 “<심해>가 아니라 트리트먼트 원안인 <해인>의 권리는 여전히 김기용에게 있다”라며 저작권법 위반의 핵심 근거를 바꿨다. 김기용의 실익은 민사소송보단 <심해>의 공동저작자로 등록하고, 영화 제작을 원활하게 하여 얼른 크레딧상의 각본가가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바뀐 주장과 근거는 SGK와 더 램프의 실익이 중심에 있다.

- 차후 계획은.

= <심해> <모럴해저드> 모두 내가 직접 영화인신문고에 조사를 접수했다. 객관적인 사실 증빙과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어, 명예 회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1인 제작사에 신인감독일 뿐인 나로서는 <모럴해저드>를 위해 박은경 대표가 바라는 대로 <심해> 저작권을 다 넘길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인격모독과 명예살인을 견딜 수 없었다. <모럴해저드>의 연출자로서 배우와 제작진에 도의적으로 미안하다.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졌다고밖에 설명 못하겠다.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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