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풋풋한 이끌림, <시티보이_로그> 안효상 × 서벽준
2024-01-02
글 : 정재현
사진 : 백종헌

“그대 먼 곳만 보네요. (중략)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이 가사가 BGM으로 깔린 적은 없지만 <인형의 꿈>은 효상X벽준 커플의 주제가로 더없이 어울‘렸’다. 효상은 한없이 벽준만 바라봤고 벽준은 그 맘을 모르는 채 재준만 사랑했기 때문이다. 줄곧 일방향만 각자 가리키던 효상과 벽준의 사랑의 작대기는 지난 12월24일 공개된 11화를 시작으로 교점을 지난다. 효상은 “이제 와 뭐가 달라지냐”며 쏘아붙이지만, 앞으로 이 둘의 관계엔 많은 것이 달라질 일만 남았다.

서벽준, 안효상(왼쪽부터).

- <시티보이_로그>의 오디션 날이 기억나세요.

서벽준 오디션 제의를 받고 대본이 오길 기다리다 당황했어요. 대본 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오디션은 배우 인생 6년 중 처음이었거든요. 오디션장에선 인간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로서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그간 활동하며 지쳤던 점은 없는지…. 늘 고민하던 것들을 질문해주시니 오히려 편하게 넋두리하듯 오디션을 마칠 수 있었어요.

안효상 일을 마치고 한남동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러 가던 중 뒤에서 어떤 남자가 저를 불러 돌아봤어요. 그분이 제게 <시티보이_로그>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건네셨고요. 말하자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거죠. 오디션에 갔더니 옆자리에 벽준 형이 있었어요. 일단 기세에 눌렸죠. 배우 오디션 경험 자체도 많이 없었는데 옆의 지원자는 경력이 화려했으니까요. 그래서 어쩐지 질문도 벽준 형한테 더 많이 가는 것 같고! 만약 연기를 선보였다면 떨어졌을 수도 있었는데 그간 살아온 삶을 물어봐주셔서 편하게 오디션을 봤어요. 벽준 형이 옆에서 저를 많이 리드해주기도 했고요.

- 벽준은 재준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설정이 초반 회차에 등장해요. 듣기론 촬영 전 배우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몇 시간씩 전사를 짰다던데요.

서벽준 몇년 전 <대풍감>이라는 독립영화를 찍은 적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저를 포함한 세 배우에게 서로의 전사를 공유하길 바라셨어요. 서로의 이야기가 인지돼 있는 상황에서 연기하니 정말 편했어요. 그때의 경험에 착안해 <시티보이_로그>에도 적용했죠. 이 경험이 빛을 발한 게 8화였어요. 재준이와 홍대에서 한강까지 가던 차 속 대화가 대부분 애드리브였어요.

- 한국에서 재회한 효상과 벽준의 데이트 장면이 정말 예쁘게 찍혔어요. 특히 경복궁 데이트 장면이 아름다운데요.

안효상 신기한게 벽준 형과 제가 야외 촬영을 하면 늘 바람이 불거나 날이 흐렸어요. 그날도 비가 왔어요. 지한, 재준 커플이 밖에서 찍는 날은 매번 날이 맑던데. (웃음)

- 경복궁을 다녀온 둘은 코인노래방에 가죠. 두 배우 모두 노래를 정말 잘해서 놀랐습니다. 그 시퀀스는 어떻게 만들어갔나요.

서벽준 제작진이 제겐 짝사랑 테마의 노래를 선곡해 달라고 하셨고, 효상이에겐 개구지고 재밌는 노래를 골라 달라고 하셨어요. <안아줘>의 가사가 딱 제 상황과 맞아떨어졌어요.

- 오디션 장면에서 네 남자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돼요. 지금껏 공개된 회차 중 가장 격정적인 감정이 오가는 장면이기도 하죠.

서벽준 시청자들이 작품의 극적 요소를 받아들이려면 배우의 연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어요. 배우 개인으로선 ‘오디션이 이래도 돼?’ 싶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일이라면 재준이를 마음에 뒀던 나는 어떤 표정과 제스처가 나올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그 공간에 존재할지 계속 고민했어요. 그렇다고 과하게 연기하면 저희 다음에 연기해야 하는 재준이와 지한이의 시선을 뺏을 수도 있으니 어떤 감정들은 절제하기도 했고요.

안효상 저는 다 내려놓고 말하자는 심산이었어요. 제 진심이 안 나오면 카메라에 감정이 전부 담기지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벽준 형을 싫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형은 여태 내 마음을 안 받아주니 밉잖아요? 이 신을 기점으로 나도 형을 향한 마음을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대사를 했죠. 그렇다고 형을 미워하기만 하면 진짜 마음이 다 떠난 것처럼 보이니까 ‘형도 한번 당해봐라’ 하는 마음도 속으로 품었고요.

- 영종도 숙소의 온수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효상은 벽준을 거부하고, 벽준은 효상을 향한 마음을 뒤늦게 알아차려요. 온수풀까지 가기 위한 감정의 경로는 어떻게 쌓아갔나요.

서벽준 벽준이 한강에서 재준의 본심을 들은 후 마음을 정리하고 울잖아요. 그런데 연기자 입장에선 7년이나 짝사랑했던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낸 후 바로 새 남자와 잘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시청자들에게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회의 끝에 효상에게 제 마음을 여는 장면을 최대한 뒤로 미루게 됐어요. 효상에 대한 마음을 눈치채고 효상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과정을 새로 만들었고요.

- 안효상 배우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에요. 파트너인 서벽준 배우가 많이 이끌어주던가요.

안효상 형이 정말 옆에서 편히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요. 그리고 형이 “내 연기가 100% 완벽한 게 아니기 때문에 네게 연기 지도를 해줄 수 없다. 그런데 조언은 해줄 수 있다”고 말해줘서 형과 연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 선배인 서벽준 배우가 보기에 신인배우 안효상의 미래는 어떤가요.

서벽준 구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시티보이_로그>를 통해 효상이를 알게 되어 좋다’는 반응이 정말 많아요. 그 자체가 이미 배우 안효상의 매력을 입증한 것 아닌가요? 제가 경력이 좀더 있다고 해도 우리 네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동등한 위치에 서 있어요. 그때 중요한 건 서로가 편히 연기하는 것이잖아요. 모델 경력이 연기 경력보다 더 긴 (이)지한이도 자신의 연기가 맞을까 틀릴까 고민하는데 저는 맞고 틀린 게 없다고 믿어요. 맞다고 생각하는 연기가 정답이죠. 지금 효상이가 보여주는 연기도 정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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