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야기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욕망은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죽음마저 미룰 정도로 강력하기에, 오래전부터 이야기에 중독된 인류는 ‘다음 이야기’를 발굴할 갖가지 수단을 발명해왔다. 이러한 욕망을 실로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속편이다. 반복되는 패턴이 주는 안정감 위에 새로움을 더하는 약간의 변주는 모르는 사람 없는 흥행의 기본 패턴이다. 속편은 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지만 실은 안정제에 가깝다. 무슨 말이냐면, 실제로 성공할 확률을 높인다기 보단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라는 심리적 위안에 가까운 경우가 다반사다.
단순히 넘버 링으로 이야기의 생명줄을 이어가던 시대는 지났다. 이른바 ‘세계관’ 모델이 제시된 이후 이야기를 잇고 확장하는 방식은 다채로워졌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였던 것뿐’이었던 걸까. 안전한 길을 걷겠다고 야심차게 기획된 후속작들이 줄줄이 외면받는 것을 보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 멋대로 분류하자면 현재 한국에서 소비 중인 속편의 패턴은 대략 3가지다. 우선 <범죄도시>와 같은 전통적인 속편 모델. 성공한 영화를 바탕으로 심플한 패턴을 반복하되 조금씩 변주하며 안전한(필연적으로 익숙하고 식상해지는)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다음으로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진 이순신 3부작. 중요 전투를 중심으로 영화마다 배역이 바뀐 독특한 모델인데, 2, 3편은 한번에 촬영해 제작비도 절감했다. 성패를 떠나서 ‘이순신’이기에 가능했던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DC의 영향으로 급속히 퍼진 세계관 통합 모델의 변주가 있다. 애초에 속편이라는 게 성공한 모델을 바탕으로 반복하는 전략인 만큼 엄밀히 말하면 안전한 성공을 목표로 한 속편과는 결이 다르다. 차라리 시즌제 시리즈물에 가까운 감각인데, 거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획 단계에서 한번에 제작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1편이 실패할 경우 이어지는 작품도 영향을 받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속편들의 연이은 혹평으로 결함이 있는 방식처럼 인식되는 분위기지만 기획 단계의 논리로는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합리적인 기획과 대중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리란 보장은 없다는 데 있다.
<외계+인> 2부가 개봉했다. 1편의 아쉬움을 딛고 2편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궁금하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의 근원은 OTT 시리즈물이나 MCU, DC 같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 2000년 초 <반지의 제왕> 같은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흥행의 성패나 완성도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외계+인>을 통해 시리즈물 형태로 분량에 맞춰 간단히 잘라낼 수 없는, 영화적 야심의 결과물을 마주한다. 1부와 2부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독립적이면서도 (마치 영화 속 고려 시대와 현재, 도술과 SF처럼) 상호 보완적으로 맞물려 있다. 따로 또 같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 어쩌면 다시 없을 이 프로젝트는 2000년 초반 블록버스터의 황혼을 연상시킨다. 여러 각도와 관점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외계+인>을 향한 <씨네21>의 이야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