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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
2024-01-19
글 : 남지우 (객원기자)

티빙 | 8부작 / 연출 하병훈 / 출연 서인국, 박소담, 김지훈, 고윤정, 김미경 / 공개 1월5일(파트2)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자살자가 다시 쓰는 한국판 <보이후드>

자살한 최이재(서인국)는 ‘죽음’(박소담)의 부름을 받아 지옥의 변방과도 같은 림보에 떨어진다. 죽음을 가벼이 여겼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기 전까지 열두 사람의 몸에 들어가 열두번의 참혹한 죽음을 다시 겪는 이재. 범죄 조직의 해결사로, 출소를 나흘 앞둔 죄수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생후 5개월 된 아기로, 연쇄살인마로 반복해 환생하면서 여러 폭력과 부조리의 배후에 있는 재벌가 박태우(김지훈)와의 악연이 거듭된다. 숫자 12를 가리키던 시침은 그가 죽을 때마다 뒤로 한칸씩 돈다. 열한번의 죽음 끝에 남은 1로 시침이 향하는 순간, 이재는 생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되어 마지막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왜 자살하면 안되는가?’, ‘목숨은 소중한가?’라는 생에 대한 최초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겐 버거운 드라마처럼 시작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이 ‘죽음’으로부터 벌을 받고 지옥에 간다는 세계관에 맹랑한 반발심도 든다. 그러나 <이재, 곧 죽습니다>는 파트2에 이르러 자살을 둘러싼 철학적 난제에 고유한 방식으로 답해보려는 사색적 드라마로 변모한다. 10명 이상의 스타급 배우들을 특별 출연으로 기용해 컷 단위로 적재적소에 활용한 크리에이터 하병훈의 능력치가 폭발한다. 원작의 창의력인지 드라마의 성취인지 의심할 필요는 없다. 좋은 원작을 골라오는 것 자체가 산업의 관건이다. 전작 <운수 오진 날>부터 후속작 <LTNS>까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의 기세가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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