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NS>는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섹스리스 부부로 출연한다는 캐스팅 소식부터 화제를 모았다. 둘은 6년 전 큰 사랑을 받았던 독립영화 <소공녀>의 가난한 두 청춘, 미소와 한솔이었기 때문이다. <소공녀>의 가장 슬픈 장면은 두 연인이 보일러도 떼지 못하는 한겨울 단칸방에서 사랑을 나누려다 추위를 이기지 못해 단념하는 순간이다. 몸은 데워도 방과 지갑은 데울 수 없던 이들의 관계는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도 여전히 불발에 그친다. <LTNS>의 7년차 부부 우진(이솜)과 임박사무엘(안재홍) 사이엔 모든 페로몬이 소강됐다. 제목 그대로 ‘롱 타임 노 섹스’ 상황이다. 오랜 기간 곤궁을 면치 못하는 건 둘의 스킨십뿐만이 아니다. 사무엘의 사업 실패와 자가 주택의 집값 폭락 이후 두 부부는 살림마저 구차해졌다. 호텔 프런트에서 근무하며 불륜으로 의심되는 헤테로섹슈얼 커플의 인적사항을 수집하던 우진은 자신의 데스노트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며 살 길을 도모한다. 불륜 커플을 미행해 정황을 포착한 뒤 그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LTNS>의 서사를 추동하는 힘은 작품의 장르성에서 기인한 서스펜스다. 사문서 위조, 스토킹, 협박 등 우진과 사무엘은 다종한 범죄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 범죄자 부부의 전후 사정을 모두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들의 범법 행위가 들키진 않을까 염려하며 내내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이미 마주한 박탈감 때문이다. 둘의 형편은 식대를 아끼기 위해 매일 믹스커피와 볶음김치만 먹으며 살아도 나아질 리 없다. 똑같이 사업에 실패해도 친구 정수(이학주)는 부유한 배우자의 도움으로 회생할 수 있지만 사무엘은 경력에 관계없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우진도 의도치 않게 다른 세상에 사는 두 소녀를 만난다. 세연(김새벽)의 딸 영국은 고액의 원금으로 세계 주식 시장의 동향을 배워 부를 축적하는 방식을 조기 교육받는다. 반면 영국의 또래인 조카 성지는 압도적인 음악 재능을 지녔음에도 집안 사정으로 인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 제동이 걸린다. 우진과 사무엘도 능력과 욕망에 따라 재기하고 싶지만 이들을 가로막는 건 언제나 돈이다. 치밀한 계획으로 첫 불륜 커플을 협박한 후 우진과 사무엘은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보상을 꾀한다. 그리고 그 소비는 당장의 현실을 전혀 구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는 범죄자이자 형사인 두 부부가 앞으로 펼칠 수사와 검거 또한 계급 상승과 관계 회복이라는 지상과제를 쉬이 달성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란 암시일지도 모른다.
다시 드라마 밖으로 빠져나와본다. 독립영화에서 애틋한 청춘 커플을 연기한 두 배우가 동일한 창작자(전고운)의 차기작에서 낭만이 거세된 커플을 연기한다는 점은 언뜻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트릴로지’(<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를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은 프로덕션상의 교집합만 공유하지 않는다. 비포 트릴로지에 도사린 공통의 서스펜스가 ‘그래서 셀린(줄리 델피)과 제시(에단 호크)가 섹스에 돌입할 수 있는가’였듯, <LTNS> 또한 마침내 우진과 사무엘이 동침하는 순간이 도래하길 바라며 작품을 시청하게 된다. 한편 비포 트릴로지보다 <LTNS>와 훨씬 궁합이 좋은 영화는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일 것이다. 우진과 사무엘이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살인과 약탈을 벌이진 않지만, 대공황 시절 포드차에 몸을 싣고 대도가 된 섹스 불능의 두 연인처럼 엔데믹 이후 두 부부는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올 데이 섹스’ 중인 이들을 잡으러 주섬주섬 택시에 오른다. 창작자도 배우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LTNS>는 2024년에서야 할 수 있는 작법을 취하되 범죄와 섹스가 뒤엉켜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묘하게 필름누아르적인 구석마저 있다. 이 흥미로운 시도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