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상상 그 이상, 'LTNS' 이솜
2024-01-22
글 : 정재현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요. 전 6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LTNS>의 일부 회차를 감상한 후기를 전하자 이솜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질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예고했다. 호텔 프런트 직원인 우진은 불륜 남녀를 미행하고 협박하러 다니는 계획을 주도하는 캐릭터다. 설득력, 발표력, 기획력, 조직력. 만약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는다면 우진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역량을 갖췄다. 이솜 또한 우진이 지닌 역량을 모두 가진 배우다. 이솜은 남다른 아이디어와 확신을 가지고 전에 없던 드라마에 완벽하게 융화돼 마찬가지로 전에 없던 캐릭터인 우진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낸다.

- <소공녀> 이후 6년 만에 전고운 감독과 재회했다. <소공녀> 때의 디렉팅과 달라진 점이 있던가.

= 여전한 부분이 훨씬 많았다. 리허설을 통해 장면을 만들어가는 방식도 그대로였고 신과 대사에 대해 본능적인 느낌을 찾아가는 방식도 전과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지독한 디렉팅을 하신다. 더 독해지셨지. (웃음) 그래서 감독님에게 나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고, 감독님도 나를 끝의 끝까지 몰아붙이셨다. 아무리 현장이 고돼도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서로 느꼈기 때문이다.

- 확실히 우진은 보통이 아니다. “우리 이제 이렇게 살지 말자”고 먼저 선언하는 것도 우진이고, “잃을 게 없다”며 나서는 것도 우진이다. 무엇보다 임박사무엘이 누나가 셋인데도 우진은 결혼을 감행한다. (웃음)

= 우진의 성격을 짐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사가 또 있다. “나도 원래는 그러지 않았어, 이렇게 살다보니 독해진 거지.” 이 대사가 우진의 지난 삶을 함축한다고 할 수 있다. 결혼 생활의 여러 설정은 별다른 의문 없이 바로 수용했다. 안재홍 배우도 나도 결혼 경험은 없다 보니 기혼자인 전고운 감독님에게 많은 자문을 구했다.

- 현장에서 캐릭터의 외양이나 대사 등 작품이 풍성해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는 배우라고 알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욕조에서 제모하는 장면을 포함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 리허설 때부터 샘솟는 아이디어를 연출진에 전부 전했다. 너무 많이 전해서 감독님들이 나를 “워워~”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우진이 검은 슬립을 입고 사무엘과 관계를 시도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다른 슬립이 준비돼 있었는데 슬립도 슬립을 입은 우진도 짠해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촬영 전날 새벽 배송이 되는 쇼핑 웹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검은 슬립을 골라 배송시켰다. 하나 더 있다. 촬영 중 대역 배우가 필요한 신이 있었다. 나와 키도, 머리 길이도 같아야 했다. 그래서 해외에 사는 친언니를 불렀다. 언니가 한번도 현장에 와본 적이 없고 늘 궁금해했던 터라 흔쾌히 합류해 재밌게 촬영하고 돌아갔다.

- 떠오른 아이디어는 바로 기록해두는 편인가.

= 그날 촬영을 복기하는 일지를 쓴다. <소공녀> 때 처음 생긴 습관을 여태 이어오고 있다. <소공녀>는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라 현장에 스틸 기사가 상주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당시 이 소중한 현장을 잘 담아두고 싶어 우리끼리 사진도 많이 찍고 매일의 회차를 자주 기록해두었다.

- 우진과 사무엘이 모텔에서 섹슈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서로의 장점을 열거하는 2화의 신이 인상적이다. <결혼 이야기>에서 찰리(애덤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릿 조핸슨)이 상담소에서 각자의 좋은 점을 읊던 오프닝 시퀀스도 겹쳐 보인다.

= 감독님들이 생각해온 그림에 우리의 애드리브가 더해져 탄생한 장면이다. “졸려, 잠이 오네” “ASMR 같아” 같은 대사는 전부 애드리브였다.

- 두 배우의 리액션숏이나 대사를 주고받는 호흡도 유독 자연스럽더라.

= 그 장면이 진짜 좋으셨나 보네. 나도 우진과 사무엘이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장면들을 사랑한다. (웃음)

- 서로에게 친밀한 부부라는 설정하에 소화해야 하는 ‘몸의 연기’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 우진과 사무엘의 스킨십 장면들은 액션영화를 방붙게 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부끄러울 수 있는 장면들은 안재홍 배우와 서로 괜찮냐고 물어보며 완성해갔다. 감독님들도 배우들이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주셨다.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 소모가 심한 연기를 해야 해서 촬영이 끝나면 늘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안재홍 배우와 몸에 좋은 음식이 있으면 같이 나눠먹기도 하고. (웃음)

이솜이 꼽은 <LTNS>의 명장면

“우진과 사무엘이 싸우는 장면이 있다. 물론 우진과 사무엘은 자주 싸우지만 그 장면에선 정말 격하게 싸운다. 작품에서 가장 감정이 치닫고 치솟는 순간이기도 하다. 너무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정말 잘 나왔다. (기자가 다시 한번 <결혼 이야기>를 언급하며 “벽도 부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글쎄~ 아마 그 이상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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