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간강사로 일하며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하(김현주)의 나날은 좀처럼 평탄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교수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나 같은 목표를 둔 다른 시간강사와의 경쟁은 일상에 깃든 작은 희망까지 숨죽이게 만들고, 어쩌다 눈치챈 남편의 외도 사실은 서하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불안과 우울로 점철된 시간. 그로부터 도망칠 곳도 도망칠 용기도 없는 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오늘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런 서하에게 선산의 등장은 절대적이고 자극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 상속자에 이름을 올리고, 행운과 거리가 멀었던 삶에 상속이라는 달콤한 단어는 욕망과 탐욕을 꿈틀거리게 한다. 하지만 그 길도 순탄친 않다. 예기치 못한 이복동생의 개입과 함께 가족 안에 숨겨진 비밀이 기괴하고 기묘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선산>의 기획과 각본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유산 상속을 가운데 둔 아슬아슬한 가족의 단면을 활용해 세계관 구축에 앞장섰다.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오랜 호흡을 맞춰온 민홍남 감독은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마을 이야기를 풀어내며 장편 데뷔의 시동 걸기를 이제 막 마쳤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단출하고 명확한 질문 앞에서 민홍남 감독은 가족이란 집단이 지닌 공포심을 자극하며 시청자가 자기만의 답변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장 잘 알지만 가장 잘 모르는, 가장 배려하지만 가장 욕심 부리는 가족의 특수성을 장르적으로 펼쳐냈다. 두 감독의 질주를 함께한 김현주, 박희순 배우는 유연한 감정의 완급 조절을 통해 극의 현실성을 높였다. <선산>이 묻지 못한 것을 파헤치기 위해 기획 연상호, 감독 민홍남, 배우 김현주, 박희순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선산> 기획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