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동물 배우에게도 사회성이 중요하다”, 권순호 퍼펙트독 대표
2024-02-22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권순호 대표가 이끄는 퍼펙트독 반려견 교육센터는 보호자 교육 및 반려견 훈련, 관련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2011년부터 부업으로 시작한 동물 촬영은 <멍뭉이>를 시점으로 퍼펙트독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퍼펙트독이 운영하는 동물 에이전시는 <마스크걸> <오늘도 사랑스럽개>에 출연한 동물 배우 섭외와 훈련, 연기 지도를 담당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처럼 모션 캡처 기술이 활용된 영화에도 일부 참여했다. 최근 개봉한 <도그데이즈>는 엔딩크레딧에서 출연 동물과 인간의 지분을 똑같이 할애하는 등 배우로서 그들의 역할을 존중하고 주목하는 영화다. 영화, 드라마 업계가 동물 촬영을 대하는 인식이 바뀌어가는 기로에 서 있는 권순호 퍼펙트독 대표를 만났다.

- <도그데이즈>의 프리프로덕션 과정부터 참여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제안받게 된 작품인가.

= <멍뭉이>를 끝내고 ‘두번 다시 내 인생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도그데이즈>에서 연락을 받았다. <멍뭉이>의 동물 연기 지도 및 동물 총괄을 맡으면서 안전한 촬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개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으면서 개가 잘못되면 그건 회사도 위험해지는 일이다. 이를테면 잔디 위를 누비는 신이 있을 때 개의 동선을 고려해서 혹시 잘못 먹으면 위험한 이물질이 없는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얘기하면서 퍼펙트독이 가진 진정성을 강조했다. <도그데이즈> 촬영 전부터 미리 로케이션을 확인하며 적응 훈련을 시키고 사전 콘티를 보며 연기에 필요한 동작을 학습시켰다. 그리고 감독님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가능한 연기와 불가능한 연기를 말씀드렸다. 촬영에 들어간 후에도 한달에 한번 병원에 들러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 동물에게 불가능한 연기란 대체로 어떤 것들인가.

= <도그데이즈>는 그런 위험성이 아예 없었던 현장이었지만, 종종 강아지가 다칠 가능성이 있는연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덩치가 큰 개와 작은 개가 재미있게 어울려 노는 신을 찍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작은 쪽이 밟힐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드린다. <도그데이즈>에서 완다(완다)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민서(윤여정)를 쫓아가는 신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감독님과 연출부, 제작부 모두가 완다의 안전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했다. 완다의 동선, 완다의 성격, 현장 상황을 모두 고려하며 위험성을 제로로 만들어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 초록색 쫄쫄이 옷을 입은 훈련사가 초록색 목줄로 완다를 이끌며 같이 뛴 후 나중에 CG로 초록색 부분을 지웠다.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차도를 건너는 신은 아예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해 CG를 입힌 것이다. <도그데이즈> 같은 영화를 찍다가 동물이 사고를 당하면 내가 해온 업도 끝 아닌가. 직원들에게도 목숨 걸고 하라며 완다를 챙겼다.

- 제작진도 동물 배우들에게 마음을 많이 쓴 현장이었던 것 같다.

= 일단 감독님이 아이들을 많이 위하는 분이셨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전화를 걸어서 아이들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셨다. 기본적으로 현장에 좋은 분들이 많았다. 그러면 나도 강아지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강아지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아무리 훈련을 완벽하게 시켜놔도 현장에서 통제가 안될 때가 있다. <도그데이즈> 현장에서는 동물 연기와 관련없는 그립팀이 장비를 옮길 때도 강아지들이 놀랄까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장비 다리 부분에 테니스공을 끼우고 작업했다.

- 동물 에이전시라 하면 배우 소속사와 같은 개념 아닌가. 소속 개는 몇 마리 정도 되나.

= 2011년부터 사업을 하다 보니 누적 고객이 많다. 호서직업전문학교와 경복대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연을 맺은 학생들 강아지도 있다. 처음에는 보호자들의 강아지를 훈련시키려고도 해봤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 보니 전문가와 일반 보호자의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그래서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는 사회성이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들이 현장에 나가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에이전시에 소속된 대부분의 개들은 전문가나 훈련 교육을 받은 보호자들이 키우는 친구들이다. 그렇게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모였다. 그중 오디션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주연이 되는 아이들은 한정적이다.

- 강아지계에도 황정민 같은 배우가 있는 건가. (웃음) 연기에 재능 있는 개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나.

= 아직 주연배우로 입지를 다지지는 못했지만 내가 보기엔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도 있다. 그들은 훈련성이 좋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도그데이즈>의 완다도 그랬다. <도그데이즈> 현장에서만 해도 굉장히 많은 실패를 했지만 지금은 완성도가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 <도그데이즈>를 보면서 완다의 연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연기를 잘하지만 과거에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인간 배우처럼 완다도 발전한 것인가.

= 완성본을 보기 전까지는 제작진이 “완다가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라고 하는 얘기를 안 믿었는데 시사회 때 보고 깜짝 놀랐다. 편집을 정말 잘해주신 거다. 내가 지금 이 얘기를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 <도그데이즈> 현장의 완다는 “슛!” 소리만 들리면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마음대로 도망가곤 했다. 그래서 일부러 조감독이 슛 사인을 “완다, 기다려”로 바꿔서 촬영했다.

- 개 연기는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지는가.

= 개는 기억을 영상으로 남기는 인간과 달리 기억이 스냅숏처럼 그냥 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겹치는 사진이 있도록 반복 교육이 필요하다.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받으면 그 행동은 증가하고 처벌을 받으면 감소하는 것이 학습의 기본 원리다. 내가 원하는 동작이 있으면 거기에 명령어를 입힌다. 영화 촬영에서 필요한 동물 연기, 가만히 기다리거나 짖거나 어딘가를 쳐다보는 행위를 지시어에 따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훈련을 미리 시킨다. 그리고 그 행동은 강아지에게 즐거워야 한다. 컷 소리가 난 이후에 보상이 계속 주어져야 하고 칭찬을 할 때도 진심을 다해 표현해야 한다. 최대한 벌을 주지 않는 것 또한 훈련의 목표다. 간혹 강아지를 잘 모르는 분들이 그들과 말로 대화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행동 원리에 맞지 않는 행위다. 개는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는 액팅을 잘하지만 멀어질수록 이를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멀어지는 연습도 디테일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훈련사가 어디에 서 있는가도 무척 중요하다. 촬영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자는 모습이 필요할 때는 촬영 시간에 맞춰 잠이 들게끔 운동을 미리 시킨다. 업된 상태가 필요할 때는 개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한 후 이를 계속 해줘야 한다.

- 고양이도 이같은 연기가 가능한가.

= 개와 고양이는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과 대화하는 것과 미국인과 대화하는 것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개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영역적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에 한계가 있다. 고양이의 모습을 최대한 다양하게 담은 후 그중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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